흔한 인사말이 전하는 깊이

by SoInk
[크기변환]wallpaperbetter.com_1280x1024.jpg


정말 오랜만에 영화 <트루먼 쇼>를 다시 보았다. 이 영화는 언제 봐도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오늘은 특히, 우리가 매일 습관처럼 주고받는 인사말의 의미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안녕’, ‘잘 지내’, ‘잘 자’ 같은 말들. 너무 흔해서 별 의미 없이 내뱉는 소리들. 사실 이런 사소한 말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평범한 인사말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어제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옛 동창을 만났는데, 헤어지면서 그 친구가 건넨 "조심히 들어 가! 안녕! 잘 가!!"이라는 말이 유독 피곤했던 하루의 끝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했다. 굳이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지만, 그 친구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 한마디에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다. 형식적인 인사였을지라도, 그 안에 담긴 작은 온기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된 것이다.


또 어떤 때는, 누군가와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대화가 ‘잘 가’ 같은 짧은 인사말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가슴 한편이 시큰해지면서, 그때 내가 조금 더 진심을 담아 인사할 걸, 좀 더 따뜻하게 말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별 뜻 없이 건넨 인사였지만, 돌이켜보면 그 사람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였던 셈이다. 영화 속 트루먼이 평생을 연기된 세상 속에서 살았듯, 어쩌면 우리도 알게 모르게 감정을 숨기고 형식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허망함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소통을 얼마나 놓치고 있는 걸까.



[크기변환]adult-2179262_1280.jpg


요즘 세상은 스마트폰 하나면 보고 싶은 사람과 언제든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끔, 목소리만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특별한 감각이 참 좋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도 지금 그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지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기도 한다. 굳이 화면을 보지 않아도, 목소리라는 작은 매개체만으로 그 사람의 존재가 온전히 느껴지는 순간들 말이다. 어쩌면 영상 통화가 주는 '완벽한 시각 정보'보다, 목소리만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편이 때로는 더 큰 울림을 주고, 더 깊은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인사말 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아 전달할 수 있을까? 목소리의 미묘한 떨림, 억양의 변화만으로도 상대방은 내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같은 인사말들을 무수히 뱉어낸다. 어쩌면 너무나 익숙해서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마음의 무게를 잊고 사는 건 아닐까. 별 생각 없이 건넨 인사라도, 거기에 나의 따뜻한 마음을 조금만 더 담아 건네보면 어떨까.

“안녕”이라는 두 글자에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고, 내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잘 자”라는 말에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 많았어, 편안한 밤 보내고 내일 다시 힘내자’는 진심 어린 응원을 담아보는 거다.


분명 상대방도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진심을 담은 인사를 건네는 나 자신조차 마음이 따스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타인에게 전한 작은 온기가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영화 속 트루먼이 마지막에 카메라를 향해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라고 말하며 세상에 작별을 고했던 것처럼, 우리도 평범한 인사말을 통해 우리의 진심을 세상에 건네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이 작은 시도가 우리의 일상과 관계를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오늘 밤 잠들기 전,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 연인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조금 더 깊은 마음과 온기가 담긴 목소리로 건네보려 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 하루의 시작을 만나는 이들에게도 진심을 담은 인사 한 마디를 전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소소한 말 속에 마음을 담는 연습이, 조금은 더 따뜻한 하루를 만드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어요.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58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