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청년 유튜버가 대통령이 된다면? - <맵핑히틀러>
연극 《맵핑히틀러》는 블랙코미디 정치 풍자극이며 2035년을 배경으로, 유튜브 플랫폼에서 영향력을 얻은 평범한 청년이 급기야 대통령에 당선되고, 미디어의 선동력과 프로파간다가 어떻게 권력의 수단이 되는지를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히틀러의 프로파간다 방식과 현대의 SNS 선동 방식을 결합한 것이며, 미디어가 정치권력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비틀어 보여준다.
원작의 핵심은 “좋아요”가 여론이 되고, 댓글이 진심이 되며, 밈(meme)이 정책이 되는 세상.
취준생이었던 유튜버가 대통령이 된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권력의 얼굴과 형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맵핑(mapping)’이라는 용어는 프로젝션 맵핑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즉, 히틀러라는 역사적 인물을 현대의 한 청년에 대응하여 변형(mapping)시키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나치의 미디어 선동술을 당대 SNS 플랫폼과 접목해, 어떻게 소셜미디어가 권력화 되는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먼저 한들호를 연기한 배우는 딕션이 뛰어나고 말하는 힘이 강해 듣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초반에는 한들호의 말에 끄덕이며 공감하며 보게 되었지만, 점점 그 말의 이면이 드러나면서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최래민과 고보슬의 장면에서는 자주 부딪치며 긴장감을 만들었는데, 최래민은 깨어 있는 인물로서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을 바로잡으려 애쓰고, 초심을 잃어가는 한들호와 다른 친구들에게 정신을 차리게 하려 했지만 결국 소통이 되지 않아 무리에서 빠지게 되는 친구다.
고보슬과 정가람 등 다른 배우들 역시 1인 다역을 맡으며 몸과 표정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동작 하나하나에서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작은 몸짓과 표정만으로도 감정과 갈등을 극대화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만드는 몰입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무대 효과도 독특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캔버스 그림 위에 영상을 입히거나, 조명을 끄고 인물 위에 영상 효과를 입히는 등의 연출은 배우가 흰 옷을 입고 있어 영상인지 조명인지 헷갈릴 정도로 신박했다. 배우들은 위치를 정확히 잡아야 하고, 스탭들도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아 완벽한 무대가 되었기 때문에 대단한 것 같았다.
이렇게 배우들 각자가 자신만의 개성과 감정을 살리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 무대 안에서 다채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연극이었다.
작품설명에는 "'맵핑 히틀러'된 이들을 목격하면서, 히틀러라는 기분 나쁜 기시감을 만끽하길 바란다.”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로 연극을 보는 동안 기분이 매우 나빴다.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보다 보면 ‘사이비 같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기분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동네의 무개념 행동들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계기로 대통령까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선동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연출자 이태린님은 “합리적 사고를 갖추지 못한 인플루언서가 폭주할 때 그 결과가 어디까지 이를 수 있을지를 관객과 상상하고자 했다”며 작품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대본 속 이야기이지만,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큰일 날 것이라는 경각심까지 들게 만든 연극이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블랙코미디를 넘어,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체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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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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