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소: 네가 웃을 수 있다면
가끔은 이유 없이, 그냥 막 웃고 싶을 때가 있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몸은 지쳐 있는데, 그럴 때 나를 살려주는 건 뜬금없는 웃음이다. 그래서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옛날 무한도전 클립을 보기도 하고, ‘웃찾사’, ‘개그콘서트’ 같은 추억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다시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면 화면 속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되고, 잠시 동안은 그냥 편안해진다.
또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면서도 그런 경험을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무대 위 사람이 던지는 농담 속에서 내 삶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건 단순히 “웃기다”를 넘어서, “맞아, 나도 그래”라는 공감이 섞인 웃음이다. 그래서 웃으면서도 마음 한쪽은 괜히 울컥한다. 웃음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어떤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중국 드라마 <실소: 네가 웃을 수 있다면>은 그런 ‘웃음’을 중심에 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원제는 失笑, 영어 제목은 Smile Code다.
2024년 11월부터 텐센트를 통해 공개된 작품으로, 총 34부작에 회당 약 45분 분량이다.
장르는 로맨스이면서도 코미디, 동시에 도시 청춘의 성장기를 담아낸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구이(顧逸)라는 인물이다.
낮에는 잡지사 편집자로 일하지만, 밤이 되면 무대에 올라 스탠드업 코미디를 한다.
그녀는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고, 또 잘한다.
그런데 어느 날 공연 도중, 앞줄에 앉은 남자 량다이웬(梁代文)을 발견한다.
문제는 그가 어떤 농담에도 웃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농담을 던져도 미동 없는 얼굴에 구이는 오기가 생긴다.
“저 사람을 꼭 웃게 하고 말겠다.” 그렇게 시작된 장난 같은 목표가, 둘 사이의 이야기를 열어젖힌다.
<실소>의 가장 큰 매력은 웃음을 단순히 재미의 요소로만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웃음을 잃은 남자와 웃음을 무기로 삼은 여자가 만나면서, 서로의 빈틈을 메워준다.
량다이웬은 차갑고 무표정한 사람이지만, 사실은 어렸을 때 받은 상처로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실조증’(alexithymia)을 앓고 있는 감정불능형 인물이다.
구이는 그런 그에게 자꾸 농담을 던지고, 결국 그의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드라마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상하이의 바쁜 일상, 회사에서 겪는 스트레스, 사회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느끼는 공허함까지도 그려낸다.
그래서 보는 사람은 어느 순간, ‘나도 웃음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돌아보게 된다.
스탠드업 무대 위의 농담이, 어쩌면 우리 삶을 비추는 작은 거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실소>는 웃음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이라는 걸 보여준다.
어떤 날은 피식 새어 나오는 짧은 웃음이, 어떤 날은 마음껏 터져 나오는 배꼽 잡는 웃음이 우리를 다시 버티게 한다. 구이가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웃음 처럼, 웃음에는 사람을 이어주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웃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그 질문이 무겁지 않은 건, 농담과 미소가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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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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