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깨닫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MBTI 검사에서도 매번 J가 나올 만큼 계획적이고, 사소한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는 꼼꼼함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성향 때문에 일 처리가 느려지거나 나 자신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피곤해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취미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저 자기만족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데도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지없이 종이를 구기거나 찢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주로 인물 위주로 그리거나 좋아하는 드라마의 명대사를 핵심 포인트가 되는 그림과 함께 담아내는 작업을 즐겼다.
그러다 9월이 되고 난 후, 작은 다짐을 했다. 건축물이나 풍경은 거의 그려본 적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시도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맵크런치(MapCrunch)'라는 신선한 사이트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원래 이 사이트는 무작위로 지정된 도시에서 공항까지 가는 길을 찾는 일종의 탈출 게임인데, 나는 이 기능을 그림 그릴 소재를 찾는 데 사용했다.
사이트에서 무작위로 나오는 도시의 거리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빠르게 스케치를 해서 하루에 하나씩 그림을 그려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비록 대부분의 장소가 허허벌판이거나 숲이어서 원하는 거리 이미지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망쳐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볼펜으로 빠르게 그림을 그렸다.
놀랍게도 평소 그림을 그릴 때보다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볼펜으로 그리다 보니 실수한 부분이 있어도 지울 수가 없지만, 그마저도 스트레스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웠다. 예상치 못한 선 하나, 잘못 그은 그림자 하나가 오히려 그림에 독특한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두 점씩 그림이 쌓여갈수록 뿌듯함도 커져갔다.
이 작은 도전 덕분에 또 다른 꿈도 생겼다. 맵크런치가 나를 데려다준 세계 곳곳의 거리 풍경을 그림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내가 직접 이 장소들을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은 그림이, 나에게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새로운 즐거움과 목표를 선물해 준 것이다.
*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어요.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