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
올해 10월, 코렐라인: 비밀의 문이 4K 리마스터링으로 다시 개봉한다. 2009년 개봉 이후 무려 16년 만의 귀환이다.
원작은 닐 게이먼의 동명 소설로, 영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거장 헨리 셀릭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인 유령 신부를 만든 라이카 스튜디오의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헨리 셀릭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이미 독특하고 기묘한 세계를 완벽하게 창조한 인물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내게 단순한 재개봉이 아니라, 좋아하는 작품들이 한데 모여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2009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은 어린이용 동화처럼 시작하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서사를 품고 있다. 새 집으로 이사 온 뒤 무심한 부모 밑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소녀 코렐라인은 집 안의 작은 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그녀가 바랐던 모든 것이 준비된 완벽한 세계였다. 다정하고 세심한 부모, 먹고 싶은 음식,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까지. 현실에서는 채워지지 않던 욕구가 그곳에서는 거짓말처럼 충족된다.
하지만 곧 이 세계의 대가가 드러난다. 그곳의 모든 이들은 눈 대신 검은 단추를 달고 있었고, 코렐라인에게도 같은 조건이 주어진다. 단추 눈을 달면 이 세계에 영원히 머물 수 있다는 제안. 언뜻 달콤하게 들리지만,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환상에 종속되는 선택이었다.
단추 눈은 단순히 기괴한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과 욕망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지우는 상징처럼 보인다.
SNS 속에서 완벽해 보이는 이미지를 위해 스스로를 꾸미고, 때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편리함만 좇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모두가 단추 눈을 달고 있다면, 나도 달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압박은 영화 속 세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우리를 조용히 흔든다.
영화를 보며 가장 섬뜩했던 순간은 괴상한 캐릭터의 모습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만약 나에게도 저런 세계가 열린다면, 나는 단추 눈을 거부할 수 있을까?"
현실세계는 늘 불편하고 부족하다. 나와 친한 주변 사람들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도 있고, 시험이나 경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 더 달콤한 환상은 쉽게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행복은 진짜일까? 아니면 가짜의 껍데기에 불과할까?
코렐라인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곱씹어야 할 메시지를 품고 있다. 완벽해 보이는 세상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진짜 성장은 단추 눈을 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눈으로 세상을 마주할 때 시작된다.
결국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이거다.
“당신은 오늘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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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