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판 덴 브룩 x 김영미댄스프로젝트의 <휴스턴, 문제가 발생했다>
2025년 가을, 서울은 춤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한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5)가 9월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시내 곳곳에서 펼쳐졌다.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이 참가해 38편의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 축제의 주제는 '광란의 유턴'이었다. 현 시대의 정치적·사회적 후퇴 현상을 무용 언어로 해석하고,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이 유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특집이었다.
개막작으로는 포르투갈 CRL-센트라우 엘레트리카의 <밤(Noite)>이 100개의 타이어와 함께 웅장함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밤'과 '어둠'을 탐험하며 내면을 비추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폐막작인 스페인 안토니오 루스 컴퍼니의 <파르살리아(Pharsalia)>는 고대 로마 내전을 배경으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묵직한 서사시를 그려냈다. 이 외에도 '성(sexuality)'을 주제로 한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의 , '경단남녀 분투기'라는 주제로 무대를 떠났던 무용수들의 복귀를 다룬 작품들까지, 시댄스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춤이라는 예술 언어로 풀어냈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광란의 유턴' 특집이자 국제합작 프로그램인 SOIT/한스 판 덴 브룩 x 김영미댄스프로젝트의 <휴스턴, 문제가 발생했다>를 관람했다. 이 작품에 대해 관람평을 얘기하기 전에 아폴로 13호의 '위대한 실패'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1970년, 인류의 눈은 달을 향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미 아폴로 11호로 달 착륙에 성공했지만, '더 멋진 우주 탐사'를 꿈꾸며 아폴로 13호를 발사했다. 하지만 4월 13일, 지구로부터 32만 km 떨어진 우주선에서 "쿵!" 하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기계선의 산소 탱크가 터져버린 것이었다. 산소와 전력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우주인들은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Houston, we have a problem)"라고 외쳤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위기 보고를 넘어, 모든 인류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을 알리는 상징적인 표현이 되었다.
이제 달 착륙은 불가능해졌다. 남은 목표는 단 하나, 우주인 세 명을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상의 관제센터와 우주인들의 놀라운 팀워크가 빛을 발했다. 이들은 우주선에 있는 테이프, 양말, 비닐봉투 같은 보잘것없는 재료들만으로 이산화탄소 제거기를 만들어냈다. BBC 방송은 이 사건을 "NASA의 가장 큰 실패였지만, 동시에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평했다. 아폴로 13호는 달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지혜와 연대가 얼마나 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모두를 감동시켰다.
한스 판 덴 브룩은 바로 이 '위대한 실패'의 정신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광란의 유턴' 시대에, 우리는 아폴로 13호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 때, 진정한 '위대한 귀환'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공연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무대 위 무용수들 앞에 놓여 있던 각자의 소지품들, 라이터, 술병, 장난감 총, 펜싱 마스크는 무용수 개개인의 정체성과 내면의 갈등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들은 한동안 자신의 물건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잠기더니, 이내 그것들을 넘어 '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던 걸음이, 점차 격렬한 몸부림으로 변해갔다. 무용수들은 벽을 부수려는 듯 두드리고, 소리치고, "그거 아니야!", "네가 뭔데!"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 벽은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 혹은 우리 내면에 억눌린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무용수들은 이 벽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행위를 반복한다.
또한 서로 싸우는 듯한 격렬한 동작을 통해 파편화된 개인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작품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사회적 문제들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휴스턴, 문제가 발생했다>는 현대 무용이 단순히 아름다운 몸짓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현 시대의 불안과 갈등을 직시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춤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연대하는 이 축제의 의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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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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