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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15. 2023

우리 제법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 결, 그리고 주파수

대화가 잘 통하는 느낌,

어떤 주제거리에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경험,

정적에도 어색하지 않은 일,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오랜 친구라고 다 그렇지도 않다. 어떤 경우에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 강렬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댓글로 대화를 하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오래 알고 있어서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감정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니 말이다.

여러 유형의 사람을 겪어 보고 나니 이건 정말 성별과 상관없이, 나이와 상관없이 그야말로 잘 통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 나와 주파수가 비슷한 사람말이다.

결이 맞고 비슷한 주파수를 공유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정확하게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예로 들어보자면 이렇다.

티키타카가 굉장히 잘 되고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도 끊이지 않고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서로의 희로애락에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비슷한 온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런 관계가 나와 맞는 결을 갖고 비슷한 주파수를 공유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결이 맞고 주파수가 비슷하다고 상대방과 내가 데칼코마니 같은 존재는 절대 아니다. 사람은 수백, 수천 개의 성격과 모습을 갖고 있고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나와 이렇게나 잘 통하고 비슷하여 대화를 하면서 신나고 즐거워 행복하다면 이것은 정말 놓치지 않아야 할 인연이 아닐까? 앞서 말했듯이 이건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더더욱 말이다.

비슷한 주파수를 공유하는 사람과는 내가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고 있고 이미 그 사람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편하고, 편해서 마음이 놓이고, 마음이 놓여서 더 깊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 예민함이 장점이자 무기인 나에게는 이런 관계가 더더욱 소중하다. 항상 마음 놓지 못하고 신경 곤두세우며 사람들을 대하다 유일하게 쫑알쫑알 말이 많아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별로 중요한 말들은 아니다. 지나고 나면 기억에 크게 남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주제로 별의별 말을 다 하지만 이건 나와 주파수를 공유하는 사람에게만 전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라디오를 켜서 맞는 주파수를 찾아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듯 상대방과 나의 주파수 또한 잘 맞아야 죽이 잘 맞는다는 얘기다. 비슷한 생각, 가치관, 웃음 코드 이런 것들이 별 게 아닐 수는 있지만 이런 별 것 아닌 것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력을 만들어주고, 내 편이 있다는 생각에 뭐라도 하게 되는 든든함이 생긴다.

물론 이 사람들도 언젠가는 멀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이 맞고 주파수를 공유하는 이들과는 관계가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묘한 확신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너무나도 다르지만 제법 비슷하고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결(결점)을 보충해 주며 같은 결(무늬)을 그려나가고, 비슷한 주파수의 대역에서 서로 다른 파동을 그리기도 하지만 조금씩 맞춰가며 제대로 된 소리를 내며 조화를 이룰 것이다. 결이 맞는 사람, 비슷한 주파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런 사람과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돌고 돌아 언젠가 만나게 될 인연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사람과 우리의 무늬를 더욱 진하게 남기며, 비슷한 온도와 에너지로 함께 한다면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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