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중학생 동생과 함께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어른인 내가 더 감명 깊게 영화를 보고는 오랜 여운을 느끼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처음 나왔던 아주 원초적인 감정인 기쁨, 슬픔, 분노, 소심이에 더불어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점점 자아가 생기며 감정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지기에 새로운 감정들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 역시도 불안이와 당황이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불안이는 늘 웃고 있다. 불안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웃음을 지으며 불안함이 차오를 때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불안이는 등장부터 양손 가득 짐들을 챙겨 온다. 불안이의 심리적인 무게를 뜻하는 것 같았다. 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까 봐 여러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하고 대비하면서도 불안해하고 걱정을 놓지 못하는 불안이를 보며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반면, 당황이는 당황스러운 일을 겪으면 얼굴에 홍조가 올라온다. 붉어진 얼굴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해 결국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다 못해 얼굴을 아예 가려버리는 당황이. 모든 것이 당황스러운 당황이는 슬픔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듯하다. 당황스러움에 눈물이 핑 돌고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또르륵 흘러버리는 것에 공감이 되며 당황이와 슬픔이의 유대감이 깊이 이해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은
아... 내 안에서도 저렇게 많은 감정들이 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겠구나.
오직 나만을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감정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서로의 감정들을 지지해주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계기로 내 감정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늘 공황과 불안과 공존하며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나의 불안과 당황도 그냥 그 감정 그대로 받아들여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불안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는다고 기쁘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걸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다시금 깨달았다.
오히려 내가 그 감정들을 배척하고 지우려 할수록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의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당황스러우면 당황스러운 대로 받아들이기!
그 끝에는 다시 나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감정이들이 나를 기쁨으로 인도해 줄 것이라 믿으며 불안이와 당황이를 포옥 끌어안아주려고 한다.
아직은 내 안에 피어나는 불안과 당황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얼굴이 새빨개져 어디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지만, 내 안에서 나의 자아를 끌어안아주고 있을 감정이들을 생각하면 용기가 생긴다.
나의 불안이야, 당황이야,
우리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