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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Apr 12. 2024

감각의 과부하

과잉 자극

공황 증상이 있는 날에는 밖에서 마주하는 모든 자극이 평소보다 더 크게, 과하게 느껴진다.

카페에서의 백색소음은 뾰족한 가시가 되어 귀를 찌르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활력은 어느새 거대한 압력이 되어 나를 위, 아래, 양 옆으로 짓누른다.

실내에서의 소음과 갑갑함을 피해 실외로 뛰쳐나가면 환한 빛과 가게의 조명,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 차들이 가득한 도로, 세상의 모든 소리가 모여 또다시 나의 숨통을 조여 온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평범한 바깥세상은 돌연 자극으로 가득해져 고요했던 나의 정신과 마음을 혼란하게 만든다.


작년 9월쯤 잠잠하던 공황이 심해져 약을 늘리고, 한두 달에 한번 가던 병원을 매주 가게 되었다.

파도의 파동처럼 좋고 안 좋고의 기복은 늘 있었지만 그 출렁임은 시간이 지나도 영 적응이 되질 않는다. 힘들 것 같은 순간에는 그런 조짐만 보여도 한껏 움츠린 채 완전히 괜찮아질 때까지 몸을 사리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컨디션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에 갈 때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나의 상태에 의사 선생님께 우는소리도 많이 하였다.


그렇게 일희일비하던 시간이 지나 이제는 이 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고 있다. 더디지만 조금씩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고, 잠도 잘 자게 되었다.

상담에서는 조금 지켜보다가 약을 줄여봐도 좋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말도 듣게 되었다.

다시 잔잔한 물결 같은 날들로 돌아갈 수 있을까 기대하던 것도 잠시...

병원에서 나와 길거리를 걷는데 내가 붕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투명인간이 된 것 같기도 하였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시끄러운 소음들 틈에서 귀를 틀어막은 채 나만 멈춰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멍멍하면서도 갑자기 내가 보는 모든 것, 들리는 모든 것이 극대화되어 나를 공격하는 것만 같았다.

위가 콕콕 쑤시고, 장이 꼬이고, 가만히 있어도 멀미가 나는 듯한 고통.

입에 약을 틀어넣으며 제발 날카로운 예민함이 무뎌지기를, 덜 보이고 덜 들리고 붕 떠있는 것 같던 몸과 정신이 제대로 지탱하기를 바라는 것밖에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픔이 한차례 쓰나미처럼 모든 것을 훑고 지나가니 비로소 만신창이가 된 나 자신이 보였다.

컨디션도 괜찮았고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였는데 뭐가 그렇게 나를 힘들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나 예민하게 만들었을까.

또다시 시작된 공황이 심해질까 봐 두렵고 괴로웠다.


가끔, 아니 종종 나는 밖이 무섭다.

외부 자극들과 나의 시각적, 청각적, 신체적, 심리적 예민함이 만나면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기력을 빼앗기고야 만다. 그러면 곧이어 뒤따라오는 공황.

외부 자극을 너무 잘, 많이 받아들여 감각의 과부하를 느끼게 되면 가끔은 나의 예민함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더불어 나의 정신력으로 쉽게 컨트롤할 수 없는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는 허망함마저 든다.


내가 인식한 이후로는 한 몸이 되어버린 공황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질인 예민함을 인정하고 그들과 친해지려 해 봐도 말처럼 쉽지가 않다.

매번 새롭게 신경이 곤두서고, 아플까 봐 두렵고, 힘들까 봐 지레 겁먹으며 몸과 마음을 잔뜩 웅크리는 것을 보면,

아프고 힘들고 괴로운 것에는 면역이 없나 보다.


아무래도 이번 공황은 몇 날 며칠을 정성 들여 달래줘야 할 것 같다. 더 큰 고통이 오기 전에 가장 안전하고 아늑한 나의 공간에서 휴식과 진정을 양분 삼아 이 고난을 잘 극복해내고 싶다. 그러면 한고비를 넘어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지 않을까.

불어오는 솔바람에도 쉽게 무너지는 나의 연약한 몸과 마음이 제발 단단해지기를, 무너짐에도 의연해질 수 있는 굳건함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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