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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19. 2023

생각하지 않을 용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과 걱정

나는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아 생각을 하다 보면 고민하고 걱정하게 된다.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이 생각의 시초에는 일, 건강, 인간 관계, 성격, 우리집 강아지, 날아가는 새, 굴러가는 돌 등 대중없다. 다 나의 걱정과 고민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다.

계속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걱정하다 보면 내 생각에 마침표가 찍히기 전까지 생각의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다.

당장 이렇게 고민하고 먼저 걱정해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생각하게만 되는 그 상황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생각이 깊어지면 고민하고 걱정하고 결말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 성미야 워낙 어릴 때부터 있어서 다들 그런 줄 알았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내가 유별나게 더 생각이 많고 고민도 많고 걱정도 깊었던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고민과 걱정을 하는 순간들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련의 계획들이 있어야 하고 나름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어야 하며 결말까지 도달해야 끝나는 이 고민병.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는 걸까? 지금이야 어릴 때에 비해 경험으로 체득하며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렇다 해도 나는 생각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겪으면 좌절하기도 한다. 그런 몇 번의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였나 보다. 그런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더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를 자꾸 생각의 늪에 빠지게 했던 것 같다. 오로지 해피엔딩만을 위해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을 선뜻 시도해 보고, 실패에도 웃어넘기며 훌훌 털어 넘기는 사람을 보면 늘 부러웠다.

그들의 용기가, 무모함이, 자신감이 말이다.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의 꼬리가 길어진다. 그 꼬리가 고민과 걱정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생각의 늪에 빠져 하고 싶은 일을 할까 말까 계속 속으로 헤아려보다 포기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무언가를 선뜻 시도할 용기보다도 말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기. 결과를 먼저 생각하지 않기.

생각 없이 하기 위해 나는 또다시 생각하고 마음먹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지만... 이정도쯤이야 나를 위한 생각이라고 해두자. 생각 없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하고, 어떤 결과에도 무던히 웃으며 넘기기. 너무 멋지지 않은가. 누군가는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로망 같은 일이다.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채워 넣기만 했던 머릿속을 비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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