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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05. 2023

언어의 온도

나의 언어는 어떤 온도로 전달될 것인가

나는 말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말을 통해 전달되는 힘을 믿고, 그 말로 하여금 전달되는 온도의 힘을 믿는다.

말에 관한 옛말을 생각해 보면 단번에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등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얼마나 강조하였는지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전하는 언어의 온도에 따라 약하게는 나의 감정이, 크게는 나의 인생조차 달라지게 된다. 비약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말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 보아도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믿게 된다.

나 또한 사소한 경험에서부터 힘든 고비의 순간에 따뜻한 말로 위로받고, 기분이 좋아지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하며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따스한 언어를 들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말 한마디가 뭐라고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고 일의 효율이 달라지며 자기 전까지 모든 생활이 좌지우지되는지 생각해 보면 말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자주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실수한 순간에 얼른 잘못을 인정하고 괜찮은지 물어보고, 감사한 순간에 감사함을 충분히 표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사랑 가득한 마음을 말로 직접 전달하는 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자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 들어간 말에는 따뜻한 온도를 갖고 있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말은 늘 따뜻하다. 하지만 그 따뜻한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말‘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니 같은 말이라도 따스함을 품은 말이라면 조금 더 정성스럽게 다듬은 돌처럼 둥글게 예쁘게 나올 것이다.

최근 택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로 택시를 타면 퉁명스러운 택시 기사님의 말을 듣고 기분 나빴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서 내심 아무 말도 걸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데 출발 후 길을 잘못 든 기사님이 자책을 하며 어쩔 줄 몰라하시기에 이쪽 길로 가도 길이 있으니 괜찮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런데 보통은 별 대꾸 없이 계속 운전을 하거나 길을 잘 안다는 칭찬 몇 마디 정도가 다였을텐데 이 기사님은 달랐다. 칭찬은 물론이고 운전을 하며 가는 그 사이에 나의 말의 온도와 비슷한 온도의 말로 이것저것 질문도 하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평소였으면 백미러로 나를 쳐다보는 것도 기분이 별로였을 거고, 말을 거는 것도 꺼려졌을텐데 이 기사님과의 대화는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착지에 내리면서도 덕분에 더 빨리 온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하며 간식거리를 드리고 내렸다. 과연 그 기사님의 수많은 승객들 중 내가 그분의 하루에 위로가 되었을지 소소한 행복이 되었을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기사님과의 대화가 굉장히 기분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별 것 아닌 사소한 순간에도 진심을 나눈다. 하루에 수백, 수천, 수만 마디의 말을 하며 매 순간 온갖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따뜻한 온도의 말을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진심을 전하며 예쁘게 다듬어진 말을 하려는 노력을 조금씩 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하는 말의 힘이, 말의 온도가 누군가에게는 가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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