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와르 Dec 27. 2023

무례한 사람에게 미소로 답하였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일류다

주위에 꼭 있다. 무례한 사람.

자기가 무례한 줄 모르고 위트 있는 척하며 나를 한방 먹이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이야 몇 번 겪어보다 피하면 상책이긴 하지만 또 부득이하게 못 피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그게 가끔 보는 친척이라던지, 직장 동료나 상사라던지, 일 년에 몇 번이라도 무리에 섞여 봐야만 하는 친구인 경우에는 피하려고 해도 쉽게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야 만다.

늘 나는 그들의 무해한 척하는 무례함에 보란 듯이 당하고야 말았다. 아주 싱그럽게 웃으며 말로 사람을 때리는데 그 무례함에 온갖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 앞에서는 말을 얼버무리며 상황을 회피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집에 와서는 그 상황을 다시 그려보며, 그 말들을 곱씹으며, 무례한 사람의 말에 동요하고 상처받고 주눅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꾸 당하며 혼자만 데미지를 입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무례한 인간은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뱉어 나를 흔들어놓는데, 내가 이렇게 흔들리면 지는 것 아닌가?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를 조금 해봤다.

무례한 사람은 일단 자신이 무례한 줄 모른다. 그냥 그 상황에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것일 뿐. 그리고 자신이 굉장히 위트 있고 팩트로만 조목조목 얘기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동요하거나 당황하면 이해하지 못한다. 이 무례한 사람 앞에서는 당황한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무례한 사람과의 전투에서 (물론 나만 전투라고 생각한다.) 승리의 깃발을 들기로.


일단 웃어라. 그 사람이 웃으며 아무 생각 없이 말하듯. 일단 나도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며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웃는 낯에 침 못 뱉었듯, 상대방도 내 웃는 낯에 침 뱉지는 못하더라.

장난처럼 지나가라. 여기서 화를 내거나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다. 내가 능청을 떨며 가볍게 넘어가면 금방 지나간다. 능청스럽게 할 말 다 하면 은근히 속도 시원하고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넘어가서 쾌감이 장난 아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에는 정중하게 stop을 외쳐라 (물론 이것도 웃으며.).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다 들으며 혼자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No와 Stop을 외칠 줄 알아야 이 고독한 싸움이 끝이 난다. 웃으며 정중하게 이야기의 주제를 정돈하고, 다른 이야기의 흐름으로 이끌면 나의 소소한 승리!


의도가 있든 없든 무례하게 구는 자 때문에 당황하고 상처입을 필요 없다. 나를 검열하고 나에게서 문제를 찾을 필요 또한 없다. 끊을 수 있는 인연이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시종일관 웃으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흐름도 바꾸며 마지막까지 무해하고 싱그러운 미소로 마침표를 찍으면 된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가 일류이자 승자니까.



작가의 이전글 가리워진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