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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29. 2023

불완전한 완전함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완전함과 불완전함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우리가 살면서 ‘완전‘, ’완벽‘이라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완전’은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을 뜻한다.

모자람이나 흠이 없는 상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늘 내가 추구하던 것들이었다.

남들은 잘 알아채지도 못하고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테지만, 나는 항상 흠 없이 모자람 없이 내가 생각하는 완벽함을 충족해야 만족이 됐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완벽함이란 참 주관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 마음에 들어차면 완전한 것이고 내 마음을 빗겨나가면 불완전한 것이다.

주관적인 것을 알면서도,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마음이 편하고자 완벽함이라는 늪에 기꺼이 빠져들었다.

당연하게도 나의 기준은 점점 높아졌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지금껏 해오던 것이 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나 스스로 타협하고 덜 완벽한 채로 두거나, 완벽함을 아예 내려놓기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요즘 취미생활인 뜨개가 나를 바꿔놓았다.

어릴 적 목도리 한번 떠 보았던(완성은 하지 못하였다.) 패기로 제대로 된 옷 한번 떠보고 싶다고 온갖 장비를 사서는 비장하게 뜨개를 시작하였다.

분명 안뜨기, 겉뜨기만 할 줄 알면 된다고 했는데 제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건 처음이라 코 모양이 들쭉날쭉 난리가 났다. 완벽하지 않은 그 모습에 거의 다 떠놓고도 마음에 차지 않아 풀기를 여러 번.

그래도 일단 완성은 해보자 싶어 포기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은 들쭉날쭉한 모습들은 살짝 모른 척하며 푸르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아내곤 마침내 완성을 했다.

완성하고 세탁까지 하니 ‘어라? 제법 괜찮네?!’ 하는 마음이 들었다. 분명 완벽하지 않았는데, 흠만 보여서 끝까지 마음에 걸렸었는데, 결과물은 마음에 들었다.

찬찬히 뜯어보면 실수한 것도 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보였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완전하였다. 불완전한 나의 뜨개 옷이 완전하다니. 너무나도 희한한 경험이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삶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아직 실수나 흠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나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졌다. 지금까지는 숲을 보지 못하고 숲에 있는 나무, 나뭇잎, 나뭇잎의 결만 따지며 하나하나 다 내가 원하는 완전함을 추구하며 나를 채찍질해왔었던 것 같다. 내가 그러지 않아도 멀리서 본 숲은 평화롭고 고요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완전하지 못하고, 완전하지 못할 사람이지만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고 나니 완전함을 이루고 있는 불완전한 나의 모습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였다. 완전하고 불완전한 것은 나의 마음이 결정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완전함, 완벽함, 그것들은 모두 허상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결국 불완전한 모든 것들이 모여 완전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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