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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30. 2023

12월 32일

새로운 해는 매일 뜬다

우리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는 바로 그날이 다가왔다.


12월 31일


유독 12월 매서운 추위가 온몸으로 느껴질 때면 마음이 헛헛한 게 이런 게 계절을 타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해가 바뀐다는 생각에 그런가 싶기도 하다.


요맘때쯤이면 늘 가수 ’별‘의 ‘12월 32일‘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내게 1월 1일은 없다고
내 달력은 끝이 아니라고
32일이라고 33일이라고

가사가 심금을 울린다.


매일매일 비슷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왜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바뀌는 그날이 그렇게나 특별한 것일까?

마지막 12/31 이라는 숫자에서 다시 처음 1/1 이 되는 그 마지막과 처음을 공유하는 게 특별해서? 아니면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다시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다짐할 수 있는 날이어서?

이유가 뭐가 되었든 나도 어릴 적에는 당연히 새해로 넘어가기 전 텔레비전으로나마 카운트다운을 보며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잠들었었고, 이제는 종소리는 굳이 듣지는 않아도 가족, 친구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는 것은 루틴이 되었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되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할 일들을 적고, 지켜야 할 것들을 마음에 새기는 것은 기본. 새해 처음 듣는 노래도 희망차고 복 들어오는 노래로 엄선하고, 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은 다 하는 것 같다.


기분이 기분인지라 여러 해를 나도 그렇게 하긴 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건 1월 1일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들 같았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월요일부터 시작하고 매월 1일부터 하기로 마음먹듯, 새해의 다짐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 하기 위해 명분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한 해의 마지막 날, 새해의 첫날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새해부터 해야지!’ 하며 마음먹고 새해 전까지는 실천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이 왜 이렇게 웃긴 건지... 그냥 하루라도 빨리 마음먹은 대로 실행에 옮기고 뭐라도 하면 되는데 ‘그날’이 뭐라고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걸까 싶었다.


막상 새해가 지나고 며칠 지나면 우리는 또 하루하루 비슷한 삶을 살아가게 될 텐데 말이다. 하루는 더디 가고 일주일은 금방 가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 계절이 지나가 있다. 또다시 12월 31일은 찾아오고 몇 시간 지나 1월 1일이 될 것이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잘 맞이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그날.

신비하고 신기하고 대단한 날이지만, 한편으로는 반복되는 365일 중 그저 지나가는 날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 부여를 하며 새롭게 시작할 날만을 기다리는 그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뭐라도 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이.


나는 벌써부터 작심삼일을 실천하고 있다.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새로운 다이어리에는 이미 무언가를 잔뜩 적어놓았다.

그날만을 기다리지 말고 마음껏 사랑하고, 표현하고, 계획하고, 다짐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 보기, 어떠한가. 작심삼일도 그전부터 시작해 보고 말이다.

1월 1일의 첫 해는 아닐지라도 새로운 해는 매일 뜰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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