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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Jan 03. 2024

오늘도 긴장하였습니다

지나치게 두근거리는 삶

나는 심장에 시한폭탄을 달고 산다.

매번 사소한 것에도 긴장하는 삶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그 주인공이 바로 나다. 콩닥콩닥이 아니라 두근두근 우르르 쾅쾅.


나는 어릴 때부터 잘 긴장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시험 때마다 긴장해서 매번 배가 아팠고, 그래서 실력만큼 점수가 안 나오기도 했다. 대학교 때 발표는 더했다. 발표를 위해서 스크립트를 만들고 완벽히 외우지 않으면 긴장하여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아 남들보다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했어야 했다. 교수와 면담이 있거나 인터뷰를 해야 할 때는 그냥 얼음 그 자체. 사소하게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새로운 환경에 있는 것, 여행 계획 짜기 등등. 모든 것이 다 나에게는 긴장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 더 노련해지고, 무뎌질 줄 알았건만... 긴장하는 건 나이와 상관없는 일인가 보다.


오늘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요리를 배우는 날이었다. 배우는 사람들도 적었고 그렇게 엄숙한 자리도 아니었건만, 나는 또 긴장을 해버렸다. 이미 약간의 설렘과 긴장에 수업에 들어가기 전 배가 아팠고, 심장도 두근두근 터질 것 같았다. 긴장을 했다고 내가 인지한 순간 배가 더 아프고 머리가 텅 비기 시작하였다. 선생님의 레시피 설명은 이미 저 세상에서 속삭이는 소음이었다. 마인드 컨트롤, 마인드 컨트롤 속으로 외며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금 괜찮아졌을 때는 이미 설명이 끝난 후였다. 요리를 시작하고 차라리 우왕좌왕하며 뭐라도 하니 생각이 온통 레시피와 타고 있는 마늘과 양파에 가있어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첫날 수업이 끝나버렸다.


이게 뭐라고 긴장을 했는지, 모든 것이 끝난 후 전쟁을 치른 것 같았다. 지나고 나니 별거 아니었지만 그 순간에는 너무나도 별거였다.

나는 왜 이렇게 긴장을 할까. 상담을 받았을 때 내가 유난히 예민하기도 하고 타고난 성격이라고 하였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매번 긴장하는 나에게 너무 실망스러운 이 기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매번 긴장하지만 매번 새로운 이 기분. 모든 게 끝난 후 별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너무나도 허탈해진다.


아무튼, 나는 오늘도 긴장하였다.

매번 이랬던 나에게 어떠한 다짐도,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냥 이렇게 잘 끝낸 나를 도닥여본다.

내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지나치게 자주 심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이지만, 가끔은 너무 밉다.

나도 조금은 둔해지고 싶다.

나도 긴장하여 진땀 빼고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긴장감에 두근거렸다고, 설렜다고 멋있게 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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