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와르 Jan 09. 2024

It's ME!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야

요즘 ‘나다움‘에 꽂혀서 계속 되돌이표 되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생각의 늪에 빠져 있었다.

결론이 난 지금은 왜 저런 생각을 했지 싶은데 늪에 빠져있을 때는 결론이 날 듯 나지 않는 혼자만의 고뇌의 시간이었다.


조금 이상한 부분에 꽂혀있었는데,

실제의 내 모습은 이러이러한데, 밖에서는 가면을 쓰고 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지 않은가. 그렇다면 가면을 쓴 내 모습도 ‘진정한 나’, ‘나다운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게 고민에 빠지게 한 질문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마음에 없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사회생활을 하며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빈말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런 빈말을 하는 내가 정말 나다운 모습이냔 말이다.


누군가는 이런 고민을 보고 되게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다운 것’에 꽂히니 쓸데없는 고민이 굉장히 심오해져 버렸다.


결론이 난 지금은, 그런 모든 모습이 나 그 자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척을 하든, 가면을 쓰든, 그렇게 해서 나오는 모습은 내가 하는 행동이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일단 나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 나다운 모습으로 인식된다. 그렇기에 아무리 나의 진솔한 모습이 아닐지언정 그런 모습조차도 ‘나’인 것이다. (그리고 정말 나답다고 생각하는 대로 다들 웃는데 안 웃기다고 안 웃고, 말하기 싫다고 입 꾹 닫고 있는 등 그렇게 살면 그건 사회성을 포기한 이기적인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답다’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실제의 내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참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상황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나의 새로운 면을 보고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다른 모습이 존재하기도 하고, ‘나는 이렇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완전 다른 성격일 때도 있다. 그렇기에 내가 말하는 ‘나다움’은 어쩌면 내가 원하는, 내가 되고 싶은 이상형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또 혼란이 찾아오는데...

그러면 뭐가 나의 진짜 모습인가?

내가 하는 행동, 생각, 나의 가면, 나의 속마음 전부 다 ‘나’다. 나여서 쓸 수 있는 가면, 나여서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이다. 이런 모습들이 모여 남이 인지하는 내가 되고 ‘나다움’이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있어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이 모이고 쌓여 나다운 모습이 된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결국 정형화된 ‘나다움’은 없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나다운 것, 글을 쓰다 막혀서 핸드폰을 옆에다 던져 놓는 것도 나다운 행동이다.


‘나다움’의 본질은 나의 행동이 아니라 나의 심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심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 가끔 못된 마음이 나오고, 욕을 하고, 모진 말을 하여도 그건 다양한 나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지 심성이 변한 것은 아니다.

나도 아직 모르는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들이 나에게 많이 있는데 이런 것들 또한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마음이 시키는 것을 하면 된다. 마음의 본연에서 시키는 것을 하고 행동을 하다 보면 그 심성에 걸맞은 내가 되어 있다.


다양한 모습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 고민하였다. 어디까지가 나의 진짜 모습인지 치열하게 고민하였다.

결국 답은 모든 순간에 하는 내 행동들 전부가 ‘나다운 것’이었다.


이런 모습도 나고, 저런 모습도 나다. 수많은 나의 행동들과 다른 모습들이 모여 관통하는 것은 단 하나일 것이다.

나의 심성, 나의 본질.



작가의 이전글 기도할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