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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Jan 11. 2024

우리의 끝이 아름다웠더라면 덜 생각났을까

관계의 마침표

가끔 마침표를 찍은, 지나간 인연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모든 관계가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이별로 끝나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억이 미화되는지 좋은 기억들이 불쑥불쑥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러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왜 이 사람과 여태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는지, 혹시 그 어느 때에 내가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마지막에 우리의 끝은 어땠는지 말이다.

열 번이면 열 번, 매번 나오는 답은 ‘나에게 그 이상의 최선은 없었다’이다.

미숙했던 나였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가, 그 인연이 가끔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관계가 좋았던 기억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아쉬움과 섭섭함으로 남아서일 것이다.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만큼이나 관계를 끝내는 것 또한 참 어렵고 힘들다.

성격이 안 맞아서, 관계가 소원해져서, 오해를 해서 등등 어렵게 맺은 관계인데도 참 별거 아닌 이유로 관계가 깨져버리고 만다.


나는 유독 관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마음이 힘들다. 누군가를 나의 선 안으로 들이는 게 힘든 만큼 내 사람에게는 모든 순간 진심으로 대하는 나에게 끝이라는 것은 하나의 막이 끝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막이 끝나고 암전이 되는 것처럼.


그런 내가 내 손으로 끊어낸 친구가 있다. 나보다 동생이었고, 성격은 완전 정반대였지만 몇 년을 제일 친하다 생각할 정도로 잘 지냈었다. 나에게 집착하는 면이 있었지만 내가 좋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나도 어린 마음에 참고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성격이 다르다 보니 이 친구도 나에게 말하지 못하는 불만들이 생기기 시작했나 보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기 시작하더니 눈속임을 하며 이간질을 하고, 그러면서도 나와는 관계를 지속하려는 것을 보고 급격히 이 관계가 피곤해졌다. 그리고 상처받았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서서히 멀어졌다. 그 뒤로 가끔 연락이 왔지만 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끝낸 관계여서인지, 그 당시 모든 것을 쏟아냈던 친구여서인지, 상처받고 힘든 관계였는데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들이, 기어코 맞이한 우리의 마지막이.


결국 그 마지막 상황으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서서히 멀어지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그 친구는 나의 변화가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고, 이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관계를 잘 끝내는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는 나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우리의 끝은 늘 잔인하고 아프다. 누구 하나는 모진 말을 하거나, 침묵을 선택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서운한 일이지만, 마음먹고 관계를 끊어야 한다면 칼자루를 쥐는 쪽도, 칼에 맞는 쪽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가끔은 우리의 끝이 아름다웠더라면 그때가, 그 인연이 덜 생각날까 고민해 본다. 하지만 나에겐 아마도 아름다운 이별이란 절대 없을 거라 감히 단언해 본다. 진심을 준 만큼 마지막은 더 아픈 법이니 말이다.

그 시절 그 인연들과의 추억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떠오를 때마다 마음에 남는 아쉬움과 섭섭함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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