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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Jan 13. 2024

주고받는 마음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어쩌면 조금은 이기적이었을 나의 마음

화두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였다.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그걸 표현하기까지, 어떤 기제가 있어야 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감정을 갖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

나는 무조건적인 마음이 드는 게 사랑인 것 같다고 말했고, 엄마는 좋아한다와 사랑한다는 그저 말장난 같은 거라고 하였다. 그저 관계의 깊이에 따라,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한 거라고.

어떤 마음이건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나의 직선적인 마음 표현이 이기적일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다. 나는 진심이라고 표현하는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런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나는 누군가의 마음은 잘 들여다보고 얘기도 잘 들어주지만 정작 내 마음은 꽁꽁 숨기며 잘 꺼내보이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표현에 서툰 편이었고, 내 마음을 말로 꺼내 보이는 것이 왠지 모르게 쑥스럽기도 하고 겨우 꺼낸 마음이 기대한 반응과 달라 무안한 마음이 들까 봐 겁이 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점점 걱정했던 것들을 감수하고도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 넘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해야 지나고 나서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어느 부분에서는 이기적인 나의 욕심이었던 것 같다.

상대방에 따라, 관계의 깊이에 따라, 상대방과 나의 결에 따라 세심하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었다. 같은 마음이어도 누구에게는 직선적으로 표현해도 되지만, 누구에게는 조금 자제하는 것이 배려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너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라는 마음을 전부 보여주고 싶어 남김없이 꺼낸 마음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보면 주고받는 마음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어느 순간 상대방이 툭 던진 마음에 이런 면도 있구나 하고 놀랐던 나처럼, 상대방도 어느 순간에는 나의 다소 이기적이었을 마음 표현에 놀랐을 수도 있겠다. 쌓아온 시간과 수없이 나눈 대화들이 관계의 깊이를 증명하기도 하지만, 나도 나의 전부를 다 알지 못하듯, 상대방의 마음도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매 순간 상대방을 생각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돌이켜 보았을 때 내가 그동안 표현했던 마음들이 후회스럽지는 않다. 표현해야 할 마음을 표현하였고, 상대방이 꼭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조심스레 건넸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전해져야 할 마음이 꼭 상대방에게 와닿길 바라는 이 마음 자체가 배려가 부족하여 드는 마음인지 고민이 된다. 과유불급이라고 과한 것보다 차라리 전하지 않는 마음이 더 있는 그대로 소중히  남게 되는 것은 아닐지,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감정은 앞으로도 조심스럽게 전해보고자 한다. 좋은 마음을 나누는 것만큼 더 큰 행복은 없다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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