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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Jan 15. 2024

확실한 행복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우리의 하루하루는 전쟁 같다. 뭐가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은지 고요하고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야 할 정도로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질 않는다.

내 기분도 늘 한결같지 않고, 기분 좋아 웃음보를 터뜨렸다가도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기고, 다운 됐다가도 사소한 일에 다시 업되기도 한다.

한동안 이런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전쟁 같은 삶에 동아줄이 되어주던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소확행’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어쩌면 소소하지만 붙잡고 싶은 한줄기의 행복을 바라며 이런 말이 유행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나는 소확행으로는 부족했다. 소소한 것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아 말이라도 대범하게 ‘확실한 행복’으로 못 박고 싶었다.


자꾸 행복 끝에 어김없이 다시 돌아오는 힘든 일이 사람들의 마음의 크기를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나 보다. 그래서 사소한 행복만으로 만족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큰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소극적인 사회가 된 것 같다.

나도 한동안은 소확행을 떠들며 야금야금 행복을 마음속에 채워 넣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그다지 큰 행복도 없다. 모든 것이 사소하고 소소한 것에서 시작되어 내 마음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것일 뿐이다. 행복의 기준도 참 추상적이다. 내가 기쁘고 안온함을 느끼면 그것이 행복일 텐데, 멀리 있는 잡히지 않는 허상을 좇다가 내 앞에 있는 확실한 행복을 행복이라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버리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 확실한 행복은 맛있는 것 먹기, 잘 자기, 강아지와 광합성하기, 친구들과 연락하며 사소한 주제에 빵 터져 웃기, 가족과 웃고 떠들기, 달 사진 찍기, 꽃사진 찍기 등등 나열하다 보니 셀 수가 없다. 어찌 보면 소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소하지 않을 수 있는 주관적인 나의 확실한 행복 리스트들이다.


우리는 행복하기도 하지만 곧 그 행복을 잊을 만큼 힘든 시간을 겪기도 한다. 그 파도 같은 굴곡들을 겪으며 행복에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너무 큰 행복은 그다음에 찾아올 시련에 나를 더 높은 절벽에서 떠밀기 때문에.

하지만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이 행복들이 나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된다. 모두가 행복에 주저하지 말고 확실한 행복이라고 믿었으면 좋겠다. 꼭 로또에 당첨되고, 바라던 것을 이루는 것만이 큰 행복이 아닌 것처럼 우리가 평상시에 느끼는 행복들이 그리 소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마음속에서나마 인정하고 소확행이라는 말로 나의 행복을 작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고, 늘 확실하게 찾아왔다. 중요한 것은 행복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강아지랑 같이 광합성 하기
확실한 행복은 강아지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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