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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Jan 19. 2024

선명한 집착

애착과 집착

집착-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애착-몹시 사랑하거나 끌리어서 떨어지지 아니함. 또는 그런 마음. 좋아하여서 집착함.




애착과 집착은 ‘착(着)‘이라는 뿌리를 공유한다. ‘붙다,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착(着)‘은 의존명사로 쓰이지만 ‘마음이 붙어 드러낸다’는 의미를 공유하는 것을 보면 이 감정들에 중요한 뿌리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착은 집착에 비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긴 하지만 결국 집착으로 귀결된다. 애정으로 시작하여 애착을 갖다가 결국 집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애착과 집착은 다른 듯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려운 감정인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만나 단짝처럼 잘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나와 그 친구는 하루종일 같이 지내며 수업도 같이 듣고, 밥도 매일 같이 먹으며 떨어져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했고, 그 친구는 외향적인 성격이라 나의 방전되는 에너지, 혼자 충전해야 하는 시간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다른 성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나의 어떠한 매력 때문이었는지, 나날이 그 친구는 나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싶어 하였다. 쉬는 날에도, 방학에도, 사회에 나와서도, 매일같이 연락을 하며 내가 뭘 하는지 뭘 먹었는지 궁금해했고, 왜 나는 자신만큼 궁금해하지 않냐며 토라지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였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무 지나친 관심과 일방적인 애정에 힘겨워하다가 결국은 그 친구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 친구의 마음 역시 애착에서 시작하여 집착이 되어 버린 것일 테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집착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집착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무엇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간관계에서 집착을 받다가 힘들게 끝난 관계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집착은 조금은 무서운 단어로 남아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더 깊게 알고 싶고, 나만 좋아하고 싶고, 소유하고 싶고, 결국에는 집착하게 된다. 그런데 무언가를 너무 좋아하게 되면 그 감정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다. 그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감정 소모가 심하고, 결국엔 나 스스로 피폐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감정 소모의 무한루프를 알기에 집착하지 않기 위하여 나 스스로 통제하고 절제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늘 노력하고 있다.

먼저 나의 일상이 집착의 대상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된다. 그럴 기미가 보인다면 더 바쁘게 지내며 그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하여야 한다. 또한 마음에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들쑥날쑥한 마음은 감정소모도 심하지만 충동적인 결정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들은 내가 집착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집착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항상 ‘나’라는 존재가 중심에 깊게 박혀있어야 한다. 나를 중심으로 도는 나의 세계에서 나의 일상이 유지되고 나의 마음이 평온한 상태여야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는 대상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애착이든 집착이든 무언가에 과하게 쏟아붓는 마음은 생각보다 선명하다. 애착과 집착에 적당함이란 없다. 그 대신 흘러넘쳐 자신과 상대방을 힘들게 한 마음 자국만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러한 자국 대신 오롯한 애정과 관심, 사랑만이 선명한 ‘착(着)‘이 마음에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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