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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10. 2023

시절인연

나의 진심을 가졌던, 가질 당신들에게

시절인연(時節因緣)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책에서, sns에서, 어디서인지 많이 봤던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어디서 온 말인지는 모르고 나도 같이 남발하고는 했었다.

요즘 겨울이라 그런지 연말이라 그런지 마음이 뒤숭숭하고 인간관계에 대해 마음의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 생각을 정리하던 중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딱 떠올랐다.

나는 막연히 어떤 시기를 함께 보냈던 인연이지만 나의 진심 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멀어지게 된 그런 인생의 한 페이지 같은 인연을 시절인연이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찾아보니 놀랍게도 불교용어였고(나는 누군가가 멋들어지게 만든 말인 줄 알았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

라는 뜻이었다. 결국 만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고 만나지 못할 인연은 아무리 노력해도 만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제대로 된 의미를 보고 나니 내가 갖고 있던 가치관과 같아서 조금 놀랐다. 인간관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내 에너지를 쏟아붓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기 합리화 가득한 마음으로 ‘이렇게 했는데도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은 계속 남겠지.’라고 생각하며 늘 마인드 컨트롤을 했었는데 이게 바로 시절인연이라니!

시절인연이라는 말은 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떠나간 그들을 떠올리면서 자기 합리화 열심히 하며 쿨하게 생각하려 하지만 자꾸 고민하게 되었던 그 밤들을 위로하며 나에게 너는 잘못이 없다고 토닥여주는 그런 말 같아서. 내가 진심을 쏟았던 그 시간과 노력이 적어도 물거품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좀 놓였다.

정말 친하다 할 친구가 많지 않은 덕에 한 친구 한 친구 모두에게 집중할 수 있었으며 그들의 희로애락에 진심 아닌 축하와 위로를 건넨 적 없었다. 내 성격 자체도 그렇지만 그들의 행복이 결국엔 나의 행복이고, 그들이 행복해서 나의 행복이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 반대로 그들이 불행하여 속상하고 힘들어하는 순간에는 함께 마음이 칼에 난도질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정말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를 전하게 된다.

늘 이런 진심을 보냈었지만 정말 진심으로도 노력으로도 안 되는 인연이라는 게 있나 보다. 시절인연의 그들은 정말 터무니없는 이유로 너무나도 쉽게 나를 떠나갔고 너무나도 쉽게 무거웠던 나의 진심은 그들에게 깃털보다 가볍게 닿았다. 그렇게 떠나가고 멀어지고 소원해지는 관계들이 하나둘 생기다 보니 내가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데 뭐... 후회한다고 떠날 사람이 안 떠나는 게 아니니까...

인연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냥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고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며 후회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어느 날은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다 생각하며 할 수 있는 게 없다 생각하면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하다.

그냥 나는 나대로 있으면 된다. 나대로 하면 된다. 그 짧은 시절에라도 진심을 나눴다면 그걸로 만족하고, 서로의 진심의 무게가 더해져 우리의 인연이 더 길어진다면 그것 또한 다행이고 기쁜 일이다.

처음에는 무작정 속상하기만 하고 내가 썼던 마음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깝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헛되지 않았다. 새로운 나의 인연에 더 진심으로 주면 되지.

한 때 나와 연이 닿았던 그 시절의 당신들이 나의 진심으로 하여금 기쁘고 행복하고 위로받았다면 그걸로 됐다.

지금 이어가고 있는 인연들과 새로 찾아올 선물 같은 인연들에 다시 한번 내가 하던 대로 나의 방식으로 나의 진심을 전하려 한다. 이게 나니까. 누군가는 나와 감응하여 조금 더 긴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겠지.

그 시절이 조금만 더 길기를,

그 시절의 나 또한 행복과 위로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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