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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11. 2023

비 오는 날

BGM은 빗소리, 비 오는 풍경은 나를 위한 배경

https://youtu.be/PK02_Q5hHKo?si=3fFgp6V1O9mSMsDf

비오는 날 들으면 기분이 조금 올라온다


오늘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이번 주는 거의 내내 비가 올 것 같은데, 이 비가 얼마나 내 기분을 좌지우지할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릴 때에는 비 오는 날 비 맞으며 잘도 뛰어놀았던 것 같은데, 점점 어른이 되면서는 현실적인 생각이 나의 감성을 가로막고는 한다.

이 비에 차는 얼마나 막힐지, 미세먼지 가득한 비일텐데 우산 없이 맞으면 탈모가 오려나, 바닥 척척하겠다, 지렁이 한가득이겠네, 비 너무 많이 오면 과일 맛없겠다 등등...

생각해 보면 얼마나 동심파괴적인 생각들인지 아무 생각 없이 뛰어놀던 나에서 현실감 가득한 생각을 우선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어 씁쓸하기도 하다.

비 오는 날 자체의 무드 또한 씁쓸함을 불러오니 이런 감상쯤이야 오늘은 마음껏 해도 되겠지.

언제부턴가 날씨를 타고 계절을 탄다. 특히 비 오는 날은 일어나는 그 순간부터 하루종일 이마에 ‘저 기 압’ 이렇게 적어두고 다니듯 기분이 가라앉는다. 생각도 많아지고 그야말로 센티해지는 것이다.

이럴 때 이런 무드의 나를 약간은 즐기며 커피 한 잔 마시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하는 것이다. 창밖을 바라보며 밖에는 나가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도 더하여.

나의 기분과는 별개로

비 오는 소리를 듣는 것, 창가에 맺히는 빗방울들을 지켜보는 것, 비를 피하며 퍼붓는 비를 바라보는 것.

그 모든 순간들은 마치 세상이 멈추고 나와 그 순간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게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 내가 끼어있다가 비가 오는 날에는 오직 빗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는 풍경, 그리고 나 이렇게만 존재하는 것 같아서. 내가 주인공인 세상 말이다. BGM은 빗소리,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은 비 내리는 풍경.

그래서 어쩌면 더 센티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바쁘게 비좁게 정신없이 끼어 살다가 주변이 고요해지고 나를 위한 무대가 생기는 기분에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일 수도.

아무튼 비 오는 날은 바닥에 고이는 비 웅덩이처럼 나를 무겁게 가라앉힌다. 그러면서도 비 오는 걸 바라보는 게 좋은 이 날.

역시나 내 기분이 이상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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