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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12. 2023

너의 취미는 뭐야?

취미를 선물하다

“당신의 취미가 무엇인가?” 누군가 물어봤을 때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가?

나는 누군가가 ‘너의 취미는 뭐야?’라고 물어봤을 때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어딘가에 취미, 특기를 구분해서 써야 할 때에는 난감함이 두 배, 세배가 되곤 했다. 내 취미가 뭔지도 모르겠고 내가 특출 나게 잘하는 건 더 모르겠고... 사실 변명을 해보자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질리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지 못했었다. 그냥 하루가 너무 빨리 간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막상 좋아하는 것은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문득 나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조차 갖지 않았다니. 나한테 쓰는 시간을 아까워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도 조금 하게 되었다.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다. 기억을 되살려 사소하게나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며 내 취향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어릴 적 목도리를 떴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들 비슷한 나잇대에 목도리 한 번씩은 떠봤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꼭 길게 다 떠놓고 마무리하는 방법을 몰라 완성을 하지 못했었다. 그 기억이 강렬했는지 뜨개를 해보고 싶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꼭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이 활활 불타올랐다.

그래서 모든 장비를 다 갖추고 난 후 시작한 뜨개! 처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하나를 완성하고 나니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손뜨개라는 것이 사실 실값이며 부자재값이며 완성품을 따지자면 기성복에 비해 엄청 비싸고 품도 많이 들긴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취미를 찾은 것이다!

거의 1년을 꾸준히 하고 있으니 나는 이제 당당히 누군가 취미를 물어본다면 뜨개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게 얼마나 더 오래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결과물에 연연하게 되고 자꾸 이것을 하는 것에 망설여지면 그건 취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자 하는 것인데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오히려 나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지금은 취미를 찾은 나를 보며 부러워하는 엄마를 위해 함께 고민해주고 있다.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과정부터 결과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말이다.

엄마는 아무래도 집안에 대장이다 보니 할 것이 너무 많고, 고려해야 하는 것 또한 너무나도 많다. 엄마 스스로 ‘이건 내가 할 수 있을까?’, ‘해도 될까?’ 하며 약간 주눅 드는 것도 있는 것 같고 말이다. 그런 엄마를 보며 함께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시도해보려 한다. 엄마를 위해, 나를 위해.

즐기는 일이 많아지면 우리의 삶 또한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바쁘고 정신없어 지쳐 쓰러지는 날들에 내가 즐거운 시간을 조금이라도 끼워 넣다 보면 즐거운 것을 할 시간을 애타게 고대하게 되기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오는 행복과 기쁨이 나를 더욱 큰 행복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 마땅한 취미가 없다면 취미의 뜻을 곰곰이 생각하며 내 삶에 선물 같은 즐거움 하나쯤은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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