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언젠가는 닿을 그곳을 향해
나의 20대는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촛불 같았다.
수많은 비교대상과 나를 견주며 이때에는 이걸 해야 하고, 조금 지나면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고, 계속 계속 소화하지 못하는 것들을 꾸역꾸역 해냈었다. 끝이 어디고 무엇을 위해 누구를 쫓는지도 모른 채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안 하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무엇이든 해내려고 했고, 무언가를 하면서도 그다음 단계를 생각하느라 몸도 마음도 바쁘고 정신없던 시기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참 스스로를 몰라도 이렇게 몰랐나 싶다.
나는 인생을 소화하는 속도가 느리다. 생각도 많고 완벽주의적인 성향도 있어 돌다리를 수백, 수천번을 두들겨 보는 성격이다. 그 대신 무엇이든 한번 물꼬를 트면 오랫동안 진득이 해내고야 마는데, 시작 전에는 신중함이 발목을 잡았고, 시작하고 나서는 가속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런 내가 종종거리며 남들을 쫓아 뒤처지지 않으려고만 하였으니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은 성에 차지 않았고, 과부하가 걸려 체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내가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것들의 말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들과 피폐해진 몸과 마음이었다.
그 당시에는 조금만 늦어도 뒤처진다 생각하였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행동을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주류에서 낙오되는 것 같았고, 실패자가 되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불안함을 달래며 읽었던 글귀, ‘인생의 속도는 저마다 다르니 남의 속도에 맞추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라‘ 하는 말들을 수없이 읽고 되뇌었지만 그 말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단 남들과 같은 속도로 채찍질하던 그때에도,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은 지금도 내가 향하는 곳은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조금 늦는 것,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이다.
나만의 속도를 찾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옆에서 남들은 다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안 해? 너는 왜 이렇게 생각 안 해? 불안하지 않아? 라고 속삭일지라도 이제 나는 나만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삶의 방향을 잃는다 해도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키를 꽉 움켜쥐고 나아가다 보면 올바른 방향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만의 속도를 찾아 그것이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마음고생도 심하였다. 하지만 힘들었던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도 똑같이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멋모르고 무리하여 나의 인생의 가속도를 내고 암초를 만난 시절이 있었기에 적당한 속도와 올바른 방향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일 테니 말이다.
지금은 뭔가 알 것 같다고 우쭐대어도 아마 앞으로 수많은 날들을 또다시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삶의 방향을 찾고, 나의 적정 속도를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침착하게, 다시 나만의 속도를 찾고 방향을 찾아 천천히 행복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느려도 괜찮다.
결국 행복이 이 삶의 종착지라면, 삶을 소화하는 속도가 느린 내가 사소한 것에도 사색하며 기쁨을 얻고 행복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