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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Feb 08. 2024

조심스럽게 안녕

귀여운 강아지와 귀여운 꼬마의 만남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내 강아지를 귀하게 생각해 주고, 조심스럽게 인사해 주는 그 사소한 행동이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지 말이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어린아이가 강아지를 함부로 만지려고 다가오는데 말리지 않는 부모는 발에 차이는 돌멩이 수보다 많고, 멀리서부터 강아지를 만져보라고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는 길가에 피어있는 잡초만큼이나 많다. 조금 큰 아이들은 강아지 앞에서 일부러 발을 쾅쾅 바닥에 구른다던지 자전거나 보드로 위협을 해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어른들에게는 그러다 강아지가 물 수도 있다고 매번! 매번! 경고를 한다. 아무리 나의 강아지가 집에서는 착하고 말을 잘 들어도, 밖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입질을 할지 안 할지, 계속 참으며 착하게 굴지는 주인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피곤한 일들을 겪다 보면 멀리서 눈빛으로만 강아지를 귀여워해주고, 조심스럽게 다가와 먼저 허락을 구하고 예뻐해 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가끔가다 ‘강아지 예쁘다 해줘도 되나요?’ 혹은 ‘인사해도 되나요?’라고 먼저 물어보고 교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고마워서 ‘네, 네, 네! 강아지가 겁이 많아서 엉덩이 쪽 쓰다듬어주세요’ 하고 TMI를 마구 남발하게 되는데, 우리 강아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강아지바라기 주인은 내 강아지를 예뻐해 주고 귀하게 대해주면 그게 너무 고맙고 또 뿌듯하여 그때만큼은 또 날아갈 듯 기쁘다.


오늘은 젠틀한 꼬마 신사를 만났다.

강아지와 산책하던 중 조심스럽게 다가와 ‘강아지 만져도 되나요?’ 하고 묻는 꼬마를 보며 경계심을 지우지 못한 채 겁이 많으니 엉덩이 쪽을 살짝 쓰다듬어주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걱정은 기우였나 보다. 강아지가 가만히 쓰다듬을 받으며 꼬마의 냄새를 맡기 시작하였다. 나도 경계를 풀고는 ‘하나도 안 무서운가보네~? ^^’하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꼬마의 질문세례에 대꾸해주기 시작하였다.

강아지 종보다 이름을 물어봐주고, 몇 살인지 물어봐주는 꼬마 친구를 보며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강아지는 이제 8살이 되었는데 꼬마는 9살이 되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이구나~’라고 말했더니 너무 귀엽게도 ‘그럼 강아지는 초등학교 1학년이네요~?’하며 해맑게 대답하는 것이다. 그 생각이 너무 귀엽고 옆에 종종 쫓아오며 얘기를 하는 것이 정말 강아지를 좋아하는 친구인가보다 싶어 괜히 대견하였다.

첫 만남처럼 마지막에도 젠틀하게 안녕~ 잘 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런 만남은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강아지와의 산책에서 이런 무해한 대화와 만남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전히 강아지와 산책하다보면 조금만 줄이 길어져도 화를 내는 사람도 많고, 대뜸 다가와 종을 물어보며 비싼 강아지네 아니네 하며 토론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에서 얘기한 무례한 사람들은 거의 매번 마주쳐서 더이상의 언급은 생략하고도 나에게도, 강아지에게도 무례를 범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 나날 중 조심스럽게 다가와 강아지에게 먼저 냄새 맡을 시간을 주고, 진심으로 교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의 초등학교 2학년이 된 꼬마 친구는 우리에게 선물 같은 존재였다. 연약한 존재를 사랑하고 궁금해하던 사랑스러운 꼬마 친구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험난한 산책길이 가끔은 꽃길 같기도 하니 말이다.


자색고구마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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