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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Feb 17. 2024

I HATE YOU

But...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에 대한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서 시작하여 순식간에 몇 십 개, 몇 백개로 늘어난다.

마음에 안 든다, 싫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시들기까지 아마 몇 분이면 가능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고 그 호감을 유지하며 내가 싫어하던 것들까지 포용하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깊은 마음이 필요한데 말이다.

 나는 평화주의자는 아니지만 끝, 헤어짐이 힘든 사람이기에 될 수 있으면 많이 참고, 에둘러 표현하며 조심스럽게 싫은 내색을 비추고, 될 수 있으면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으로 남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가끔은 처음부터 친해지는 것이 내키지 않던 사람도 있고, 지내다 보니 생각과 너무 달라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버거운 사람이 생기곤 한다.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 정리가 어려워 처음부터 경계하고 주의하고 마음을 확 열지 않는데도 이런 사고는 생기고야 만다.

지나고 나면 정리하는 것이 옳았던 선택이고, 세상에서 제일 잘 한 결정이라지만, 끝을 앞두고 내 마음 안에서 머뭇대고 갈팡질팡하는 그 시간 동안은 지옥이 따로 없다.


죄책감. 이 지옥 같은 마음의 끝에는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다. 상대방과 내가 분명히 같은 마음으로 좋은 감정을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사소한 계기로 마음이 달라지다니. 그 사람을, 그 사람과 예쁘게 빚어낸 우리의 마음을 배신하는 것 같았다. 전에는 좋다고 느꼈던 것들이 싫어지고, 생각하면 할수록 싫은 것에 이유가 덕지덕지 붙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내 마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싫어진 마음이 또다시 좋은 감정으로 바뀔 수 있는데 너무 감정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었다.

싫은 마음을 정당화시키는 마음과 그런 생각이 들어 괴로운 마음이 내 안에서 계속 싸워댄다.

어쩌면 마지막을 앞두고 악당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은 나의 이기심이 발목을 잡는 것일 수도 있고, 퍼부었던 좋은 감정과 기억들이 한 번만 더 나를 돌아보라고 속삭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떤 감정이든 일방적인 것은 없다.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말이다. 서로가 좋아서 예쁘게 관계를 쌓아가듯, 싫은 감정, 부정적인 감정에도 일방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내가 느낀 것을 상대방도 느끼고, 상대방이 느끼기에 나도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매번 관계의 종착지에서 나는 머뭇댄다. 좋은 감정이 시들고 안 좋은 감정이 떨어진 꽃잎처럼 남아있을 때마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고 나의 변해버린 마음을 탓하며 자꾸 질문해 본다.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너 지금 생각하는 게 너의 진심이야?’하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I hate you, but...'이라는 말로 또 머뭇대며 나의 마음이 정말 무엇인지 나만의 답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이 관계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관계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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