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와 물음표 사이
불과 몇 주 전,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글을 쓰려고 했다.
이제는 제법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확신이 생기고 눈에 보이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뒤늦은 사춘기라도 온 것인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인지 갑자기 내가 낯설어졌다.
당당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며 써놓은 글을 선뜻 올릴 수가 없었다.
백스페이스를 꾹 눌러 꾹꾹 눌러쓴 그때의 마음을 지워냈다.
요즘의 나는 물음표 그 자체이다.
느낌표를 향해가던 발걸음이 뚝 멈추고 꼿꼿한 느낌표의 막대기가 돌연 물음표로 휘어버렸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좋아하는 것이 맞나? 하는 물음표가 생겼고, 이제는 익숙하게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뽐내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나의 삶이 기름칠 잘 된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며 부드럽게 흘러갈 줄 알았다. 모든 것에 통달하지는 못하여도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은 더 잘 알게 되고, 컨트롤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던 어른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웬걸?! 아무것도 모르겠다.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자신하는 순간 모든 자신감이 뽀르르 도망쳐버린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란 존재에 일희일비하는 나날들이었다.
이렇게 글을 저장해 놓고 써놓은 글자들을, 내 마음을 지웠다 덧붙였다 하기를 며칠째.
오늘은 또 어떤 이름 붙이지 못한 용기가 생겨나 끝내 다듬지 못한 이 글을 다시 마주할 마음이 생겼다.
이쯤 되면 나에 대해 뭐라도 알아야 한다는 마음, 나를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싶은 욕심, ‘어른은 이런 모습이야’하고 마음속에 내 멋대로 꾸며낸 형상.
이 모든 것들이 내가 만든 ‘상상 속의 나’와 ‘현실의 나’가 달라 불안함, 초조함, 인지부조화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허상인 것이었다.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어른처럼 되고 싶어서, 얼른 그런 어른들을 좇아 나도 부드러운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이 앞섰나 보다.
삶을 통달한 듯 모든 것에 확신이 있고 주저하지 않는 삶,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되는 삶.
그 ‘어른’들도 얼마나 큰 파동의 삶의 굴곡이 있었고, 얼마나 큰 고민과 성찰이 있었을까. 깊은 시간의 결정체만을 보고 그러한 고뇌의 과정들은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다.
오늘의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은 이 마음에 희미한 느낌표를 찍었다.
느낌표와 물음표 사이에 있던 나는 어른과 철부지 아이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다 드디어 길을 정하였다. 그냥 단순하게, 순리를 따르려 한다.
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게 되면 아는 대로 성급해하지 않고,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은 조바심보다는 나의 지금 마음과 생각들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모든 순간이, 모든 모습이, 모든 생각과 행동 그 자체가 바로 나인걸.
그저 부디 이런 나의 고민과 성찰들이 나를 좋은 어른으로,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 만한 사람으로 이끌어주길 바라고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