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향할 나에게 전하는 위로
나는 요즘 조금 지쳐있었다.
아니다. 꽤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다가올 봄의 생동과 따스한 볕을 얼마나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겨울의 그늘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작년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다시 시작된 공황 증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 공황이 온 것을 핑계로 드러누워버렸는지 나는 계속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내 몸이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취미생활로 하던 뜨개질도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풀어버리기 일쑤였고, 나의 제자리걸음처럼 내가 하는 모든 것들도 나아가지 못한 채로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어떤 날은 내 마음에 아주 작은 티끌이 들어와 이를 잡을 수도 없이 나를 골려대며 온 마음을 헤집어대는 것 같기도 하였고,
또 어떤 날은 그동안 달려오며 쌓인 모든 것들이 무겁게 가라앉아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기도 하였다.
이렇게 몸이 무겁고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에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더 강해지고는 한다. 꽂히는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무한 굴레를 스스로 쓰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꽂힌 것은 뜨개질이었다.
계속 취미생활로 하고 있었던 것이라 더 눈에 뜨였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가지런한 코들 사이에 한두 개씩 껴있는 미운 코들만 눈에 들어왔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풀고, 열심히 하다가 실수를 해서 풀고, 풀고, 풀고, 또 풀었다. 손가락이 아프고 손목이 저릿해져도 도무지 눈감고 넘길 수가 없었다.
옆에서 보면 별 것 아닌데 나에게만 보이고 내 마음에만 들어차지 않으니, 정말 ‘꽂혔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꽂히는 것에는 대중없다. 어느 때에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이고, 또 다른 어느 때에는 나의 성격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렇게 내 삶에 티끌이 하나 낀 채로 나를 괴롭히며 내 몸을 혹사시키고 마음을 어지럽히며 한 달 즈음 시간이 지났다.
스스로와의 싸움을 계속하며 아직 지지도 않았고, 이기지도 못하였다.
그런데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아마도 내가 이길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가라앉고 가라앉아 깊게 침잠한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위로 떠오르는 것밖에 없다. 무언가에 꽂혀 파고들어 나를 힘들게 하던 완벽주의 성향도 내가 위로 향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무딘 칼날이 된다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매번 새롭게 행복함을 느끼고, 그 후에 찾아오는 힘든 시간들에 처음처럼 힘들어하지만 나는 나의 알맹이를 믿고, 시간이 주는 힘을 믿는다.
그래서 오히려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에 스스로를 재촉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으려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의 흐름에 나의 전부를 맡기려고 노력한다.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햇빛을 쐬고, 위로 올라갈 준비가 점차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몸과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이제 앞으로, 위로 나아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