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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Mar 01. 2024

겨울의 희망

날이 제법 풀렸다 싶더니 다시 날씨가 추워졌다.

봄은 올 듯 말 듯 장난을 치며 살랑살랑 봄내음만 바람을 타고 자신의 존재를 슬그머니 내비치고,

잡힐 듯 말 듯 봄의 한 조각을 잡을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을 타고 도망가버린다.

그럼에도 구석구석 살펴보면 봄의 존재가 땅에, 하늘에, 마음에 피어나고 있다.

이미 이르게 움튼 싹들이 봄이 왔음을 증명하고 있고, 겨울의 시린 공기에 하얀 김 내뿜던 숨과 달리 쾌청하고 가벼운 숨이 봄을 폐부 가득히 맞이하고 있다.

더운 한여름보다 차라리 추운 겨울을 좋아하는 나지만 그럼에도 봄이 다가오는 기운에는 속절없이 푸스스 웃음이 나오곤 한다.

진정한 봄이 왔을 때 봄의 결실들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너무 짧아서일까? 내리는 봄비에 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알아서일까?

초봄, 겨울의 차가운 온도와 봄의 살랑살랑한 온도가 맞물려 있는 이 시기를 사랑한다.

이 짧은 봄이 지나가고 다시 견디기 힘든 더운 여름이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슬며시 스며드는 이 봄을 또다시 사랑하지 않고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박완서


이 책의 글귀처럼 겨울의 희망은 뭐니 뭐니 해도 봄이고, 겨울이 지나 반드시 봄이 올 것이라는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덕분에 추운 겨울을 마음껏 누리고 얼어붙은 마음조차도 품을 수 있게 된다.

봄은, 봄의 따스함과 생동감은, 얼어붙은 모든 것을 녹이고, 마음을 푼푼하게 만든다.

더 많이 사랑하고 용서하게 될 이 계절,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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