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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성일 Mar 06. 2020

캄보디아 문자를 배워보자!

<크메르 문자 기행>을 시작하며

캄보디아에 가보았다면, 

장엄한 앙코르 와트 위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과

신화 속을 사는 듯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한 거리 풍경에 금방 매료되었을 거예요.

캄보디아의 매력을 더하는 또 한 가지, '크메르 문자'를 소개합니다.


*<크메르 문자 기행>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 주 1회 연재됩니다.



안녕하세요! 동남아시아 문자를 연구하는 디자이너 노성일입니다.

편집 디자이너의 삶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자와 씨름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밤낮없이 문자와 종이 사이에서 몸과 마음을 두드려 맞은 저는 김이 나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무작정 캄보디아행 티켓을 끊었습니다. 아득히 꿈에 그리던 앙코르 와트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죠. 고생한 나를 위한 선물이랄까... 고고학자는 되지 못했어도 언젠가 고대 유적을 탐험해보겠다는 어릴 적 작은 소망이 마우스를 스쳤던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 거리 풍경


하루 종일 문자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려 떠나왔는데, 이게 웬걸! 너무나 신기한 캄보디아 문자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둥글둥글하고 뾰족뾰족한 더듬이가 달린... 이런 귀여운 글자라니!'

그 이후로 캄보디아와 그곳 사람들이 쓰는 문자인 '크메르 문자'를 덕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에 여러 번 방문하고, 현지 친구를 사귀고, 문자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모으면서 어느새 크메르 문자는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크메르'


문자에는 그 문자를 쓰는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담긴다. 


"문자에는 그 문자를 쓰는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담긴다." 크메르 문자와 캄보디아를 친구들에게 소개하면서 자주 쓰는 말입니다. ‘크메르(Khmer)’라는 말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캄보디아 대부분을 이루는 민족의 이름이며, 한 때 인도차이나 반도를 호령했던 거대한 제국의 이름이기도 하죠. 또한 그 지역 대표 언어의 이름이고, (이제부터 소개할) 그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한국어와 한글을 대한민국 사람들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캄보디아 사람들이 쓰는 크메르 문자도 크메르인들의 정체성이며, 그 안에는 크메르 민족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크메르 문자의 자음 33자. 크메르 자음은 사람을 닮았다.


크메르 문자는 사람을 닮았습니다.


크메르 문자는 사람을 닮았습니다. 위쪽에 반복되는 물결 모양은 '머리카락'이라 불리고, 그 아래쪽은 몸통이라 합니다. 이처럼 크메르 문자의 여러 부분을 지칭하는 용어에는 사람의 몸과 관련된 이름이 붙습니다. 

자음을 보고 있노라면 각각 개성이 다른 서른세 명의 캄보디아 사람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캄보디아 덕질을 시작했던 초반에는 문자까지 배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예쁘고 귀여운 모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바로 그런 태도 때문에 어느새 제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생겼습니다. '이만하면 됐으니, 더는 알지 말자'는 선을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그어두고 있었던 겁니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상황에 따라 선을 유지하는 것처럼 사람을 닮은 크메르 문자에게도 그렇게 대하고 있었던 것이죠. 


일방적인 태도로 그어둔 선 뒤에서 멀찌감치 보고 있던 태도를 벗어나 캄보디아와 그 삶이 담긴 크메르 문자를 한 인격체로 배우고 알아가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매주 1회, 크메르 문자 기행, 시작합니다!



(스포일러를 조금 하자면) 험난한 여정이 될 거예요. 문자가 모두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헷갈려서 도통 외울 수가 없거든요. 험난하지만 즐거운 이야기로 다음 주에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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