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쓰레기 종량제 100리터짜리를
두 봉지째 버리고서야 내가 맥시멀리스트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웃긴 사실은 그렇게 한 짐을 버렸는데도
우리 집은 아직 개운치 못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 신랑은
"복실아, 버리지 말고 당근마켓에 올려보는 건 어때?"
라며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고
나는 후다닥 당근마켓에 가입해서 눈팅을
시작했다.
별의별걸 다 판다. 모조리 다 판다.
심지어 쓰다 남은 향수를 팔길래
내가 잘못본건가 착각했다.
판매문구가 기가 막힌다.
대용량 비싼 돈 주고 사지 말고
소용량 싸게 사서 써보라는 의미로
중고 판매에 올렸다고 한다. 굉장하다
대한민국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한국인의 영업력을 확인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 줄을 만들어 팔고
마스크 케이스라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고.
어찌 보면 인간은 ‘호모 커머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팔고 사고 싶어 한다.
특히, 나에게 쓸 가치 '효용가치'가 없어진 물건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판매하고 얻는 ‘금전적 가치’에
‘심리적 가치(희열)’ 더해져서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고거래시장은 위대하다.
그런 의미로
매일의 삶이 채찍 같은 이 시대에서
당근마켓은 당근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
나처럼 이사를 앞두고 물건의 모든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팍팍한 일상에서 조그마한 행복이 된다
내일 저녁 굉장히 사소한 물건을
직거래하기로 했다
고작 까까 사 먹을 돈이지만
얼마 만에 기다려지는 '내일'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