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복실 일상
주부의 일상이랄까?
일주일 치 식단을 미리 쥐어짜 보고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가며 장보기를 시작해본다.
어디 보자~ 마켓 컬리에서 무료배송 쿠폰을
보내왔으니 이번 주는 마켓 컬리에서 장보기를
하기로 한다.
얄팍한 마케팅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가면서도 애써 현명하게 소비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과 장바구니에 담은 재료들을 조합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 완벽한 9월의 둘째 주 식단표에 감탄하며 ‘결제하기’ 버튼을 누른다.
내일 샛별이 뜰 무렵이 되면 국산 콩으로 만든 정성스러운 두부 2모와 꼬꼬들의 복지에 힘쓴 행복 유정란 10구와 과일계의 마약왕 샤인머스캇 2kg가 우리 집 현관문에 살포시 도착해 있겠지?
세상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달콤한 밤이다.
정확히 오전 6시 땡!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리면, 나는 더듬더듬 비틀거리며 현관문 앞으로 나간다.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확인하러 가는 아이 마냥
마켓 컬리가 배달해준 나의 소중한 식자재를 확인하러 간다. 발걸음이 무거워야 할 월요일 아침이건만 깃털보다 가볍다.
으차차~ 상자를 집 안으로 들여놓고 마룻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언박싱을 시작한다.
검지로 까딱까딱 물건을 확인하고는 빙그레 웃으며 냉장 제품은 냉장고에 냉동식품은 냉동고에 고이 모셔두고 오늘의 메뉴 ‘마파두부’ 요리를 시작해본다.
싱크대 밑 첫 번째 서랍에서 마파두부 소스를 꺼내고, 국산콩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정성 가득 두부 1모를 집어 식빵 칼 (일반 과도를 무서워해서 웬만하면 식빵 칼을 이용한다)로 구멍을 톡 만들어 간수를 싱크대에 쪼르르 따라낸다.
간수를 따라낸 두부를 꺼내 원목 도마 위에 올려놓고 깍둑썰기로 한 입 크기 사이즈로 찹찹찹 잘라낸다.
프라이팬 위에 마미 표 들기름 (엄마가 사주셨다 는 뜻이지 만들었다는 건 아님)을 한 바퀴 쓰윽 둘러 찹찹찹 두부들을 올려놓는다.
추~ 칙칙칙 소리를 내며 두부가 맛있게 익어가는 동안 다른 재료들을 넣을 건 없나 고민해본다.
‘아! 나의 평생 다이어트 파트너 밤고구마가 있었는데 같이 넣어볼까? 두부와 고구마면 살도 안 찌고 좋네!’
유레카였다.
이렇게 나의 13번째 다이어트용 식단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마파두부 고구마는 성공적으로 맛있었고 먹으면서도 왠지 살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네이버 블로그 어딘가에 있을 법하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만 알고 싶은 메뉴라 기분이 더 좋다. 틀에 박혀 똑같이 찍어내는 ‘백종원 레시피’보다 대충 눈대중으로 만드는 나만의 요리법이 더 감칠맛 나고 멋스럽다.
요리도 결국 맛을 개척하는 모험이니
이것저것 내 마음대로
부딪혀보는 거다! 일단 시작해보는 거다!
예를 들면, 나에게는 두 가지
계란 볶음밥 레시피가 존재한다.
하나는, 프라이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밥을 볶다가 그 위에 달걀 하나를 톡 터트려서 만드는 것으로 밥알과 계란이 분리되어 무미건조한 계란볶음밥이다.
또 하나는, 살짝 데운 쌀 밥 위에 달걀을 터트려서 휘휘 휘저어 잘 섞이게 한 다음 육안으로 밥알과 계란이 온전히 합쳐졌을 때 프라이팬에 쭈욱 내려놓고 볶아주는 촉촉한 계란볶음밥이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볶음밥 레시피이지만,
스스로가 터득하고 개척하는 것이 요리이다.
그냥 감으로, 그냥 하고 싶어서
요리도 치밀한 계획이나 무제한으로 찍어내는
인터넷상의 똑같은 레시피보다 나만의 비법, 나만의 특제소스에서 감칠맛 나고 멋스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모험에서 때론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 나가는 것이다. 자기만의 방식을 터득하면서.
그나저나 내일은 돼지고기 두부 김치찌개 하는 날인데, 스위트 콘을 넣어볼까? 톡톡 씹히는 식감이 맛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주간 식단표를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역시 모험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