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한 사람만을 본다면 굉장하다
굉장히 일찍 대기업에 입사하여 (24살에)
굉장히 열심히 돈을 모아 (8년간)
30대 초반의 나이에 대한민국이라는 곳에 (집값이 어마어마한) 내 집 마련을 하였다.
부동산 카페에 등장하는 '내 집 마련기' 와는 사뭇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를까?
첫 번째, 임장을 할 시간이 없었다.
-어떤 이는 회사 휴가를 쓰고 임장을 간다고 하는데, 프로젝트 기간에 휴가 하루하루가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어서 주말에만 임장이 가능했다
- 또한, 신랑의 공부에 방해를 주면 안돼서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해본다던지
오전, 오후, 밤 시간을 그 동네에서 기다린다던지 하는 여유로운 임장을 한 번도 못했다.
두 번째, 집을 보지 못했다.
- 어떤 이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이건 내 집이야!' 하는 느낌이 온다고 한다던데
나는 잔금을 치르고서야 집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엄청난 환희는 느끼지 못했다.
- 아직 집이 인테리어 하기 전이여서, 낡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등기권리증이 도착하는 순간에도 난 덤덤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우리 집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 서울을 벗어난다는 것이 싱숭생숭했다.
제 아무리 30분 거리라고는 하지만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는 하지만
걸어서 한강공원, 걸어서 가로수길을 갈 수 있었던 나에게는 멀디 먼 이웃나라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주택시장이 펼쳐지기 전부터
직업 특성상 '부동산'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도 했었고 지역분석, 시세분석, 시장 흐름 등 공부도 나름 했었지만
당시의 선배들의 '무조건 빚내서 사!' 하는 충고가
와 닿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이제야 그 충고가 뼈저리게 체감이 되는 시기에
변호사시험을 3개월 앞둔
수험생 신랑을 데리고 맘 편히 집 구경도,
인테리어 및 이사 관련 상의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쉽고 서운했다.
아닌가?
한편으로는 신랑의 의견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진행했던
2020 내 집 마련 프로젝트 대성공!!!!
(신랑 변호사 만들기 프로젝트 Preview)
#자랑을 좀 해볼게요. #이해 부탁드려요.
너무 이쁜 우리 집이다.
집이 생기 고나니
안정감이 포근하게 감싸줘서
너그러워진다.
신랑에게도 이 안정감이 전해져서
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
신랑이도 프로젝트 대성공!!
글을 쓸 날이 얼마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