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를 알고, 인간의 이치를 알아야 돈의 이치를 안다"
가까스로 아찔한 사태를 수습하고 나자, 왜 나는 여태 부자가 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도대체 왜?’, ‘부자가 되는 건 순전히 운빨일까?’ 많은 생각 끝에 돈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존재라는 것과 부자가 되거나 가난뱅이가 되는 것은 지혜가 결정한다는 것을 터득했다. 그리고 돈의 이치를 모르면 돈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돈의 노예가 돼 불행하게 살수밖에 없다는 진리도 깨달았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은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과 흥망성쇠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친 ‘사기열전’(史記列傳)을 남겼다. 사기열전의 마지막은 ‘화식열전’(貨殖列傳) 편이다. 화식(貨殖)은 돈을 불린다는 뜻으로, 춘추시대부터 한나라 때까지 노예, 목장주인, 과부, 재상, 책사 등 부를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재물이 개인의 행복은 물론,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며, 경제권을 쥔 사람이 사회여론을 조종한다고 지적한다. 2천년을 관통하는 방대한 역사서의 대미를 부자가 되는 비결을 알려주는 이야기로 장식한 것이다.
역사가였던 사마천이 부자와 상인들의 이야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돈의 의미와 힘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 기록한 이유는 속죄금을 내지 못해 궁형이라는 형벌을 받아야 했던 자신의 처철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사마천은 흉노와 전쟁 중 어쩔 수 없이 항복한 이릉(李陵) 장군을 변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사 투옥되고, 사형에 처해진다. 사형을 면하는 방법은 두 가지, 돈을 내거나 궁형(宮刑)을 받는 것. 당시 한나라는 돈으로 죄를 면할 수 있는 속전제(贖錢制)를 채택하고 있었다. 속전은 50만 전. 하급관리인 사마천에게 있을 리 만무한 거금이었다. 그의 아내가 집에 있던 솥단지까지 팔며 한 달의 기한 동안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결국 속전을 마련하지 못했다. 사마천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사기’를 쓰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치욕스러운 형벌을 자청하고 살아남았다.
인간의 본성은 부귀(富貴)를 추구하는 것이고, 재력이 권력, 명예, 여론 등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 그의 철학은 뼈저린 개인사에서 유래한 것이기에, 일반화하긴 어렵다. 그러나 쓰라린 경험에서 얻은 돈에 대한 통찰력은 오늘날에도 유효하고, 새겨 둘만한 교훈이 적지 않다. 속물근성과 배금주의를 비난할 수는 있어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야 인간답게,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말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만일 집이 가난하고 어버이는 늙고 처자식은 연약하고 명절이 되어도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지 못하며 옷을 입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우면서도 이런 것들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면, 비할 바 없을 만큼 못난 사람이다. …오랫동안 가난하고 천하게 살면서 인의를 말하는 것만을 즐기는 것 또한 아주 부끄러운 일이다.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먹고 입을 것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
천하 사람들은 모두 이익을 위해 기꺼이 모여들고,
모두 이익을 위해 분명히 떠난다.
사마천이 화식열전에서 소개한 이재(理財)의 비결 또한 심오하다.
세상의 이치를 알고 인간의 이치를 알아야 돈의 이치를 안다.
부를 일구는 데는 정해진 일이 없고 재물에도 주인이 없다.
재능 있는 자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능력이 없는 자에게서는 순식간에 흩어지고 만다.
“돈은 실체가 아니라 순리대로 흐르는 기운이다.
이것을 모르고 돈을 모아 금고에 가두는 사람이 있다.”
“사람됨의 그릇이 커야 돈이 고인다.
그릇이 작으면 돈이 흘러 빠져나가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는 등 화를 당한다.
빈자는 노동으로 돈을 벌고,
약간의 재물이 있는 자는 머리를 써서 경쟁적으로 돈을 모으고,
많은 재산이 있는 자는 시기를 노린다.”
돈은 생명체다. 화식은 힘이 아니라 순리에 의해 이루어진다.
돈을 쫓으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그건 마치 나 싫다고 피하는데 죽어라 따라다니는 스토커나 다름 없다. 쫓아 다니면 다닐수록 돈은 더 멀리 도망가게 마련이다. 시대의 흐름과 욕구를 제대로 읽고, 해결해주는 것이 돈을 버는 원리다. 또, 그러한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기 위해선 끊임 없는 공부와 경험의 축적을 통해 지혜와 안목을 키워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인큐베이팅기업 ‘아이디어랩’의 빌 그로스 회장이 수백 개의 성공한 창업기업을 분석한 결과,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timing)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사례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입증하는 사례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라는 좋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뛰어난 실행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세웠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누구도 낯선 사람에게 자기집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미국의 장기 경기 불황이 계속되자 많은 사람들은 추가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로 하게 됐고, 이런 니즈는 낯선 이에게 집을 빌려주기 꺼려하는 마음을 상쇄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례로, 비슷한 사업을 모델로 한 지닷컴과 유튜브가 있다.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지닷컴은 유명한 할리우드 탤런트와 계약해 이용자들의 높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1990~2000년대에는 인터넷 보급률이 상당히 낮았으며 비디오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사용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결국 지닷컴은 2003년 문을 닫게 된다. 정확히 2년 후, 코덱 문제는 아도브플래쉬에 의해 해결되었으며, 지닷컴과 비슷한 아이디어 사업으로 유튜브가 등장했다. 유튜브는 초기 비즈니스 모델도 없었지만, 좋은 시기에 등장한 덕에 지금까지도 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돈을 담는 그릇을 키우지 않으면, 돈이 들어와도 그냥 새어나가거나 그로 인해 화를 입게 된다. 돈 좀 벌었다고, 유흥이나 약물중독, 도박 등에 빠져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어쩌다 운이 좋아 벼락부자가 됐는데, 자기 능력인줄 알고 문어발식으로 무리한 투자를 한다거나, 돈 있다고 허세를 부리다 사기꾼에게 걸리면 재산은 아주 빠르게 사라져버린다. 이밖에 소탐대실, 조급함, 옹고집 등은 재산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성격이다.
돈에는 생명이 있다. 로또 당첨처럼 쉽게 번 돈은 가치 있게 쓰기 어려운 반면, 땀 흘려 번 돈은 소중하게 쓰이는 법이다. 움켜쥐고만 있는다면, 고인물처럼 썩어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돈은 심리다. 마음가짐에 따라 돈이 들어오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한다. 사마천의 화식열전은 ‘나는 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나?’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던져준다.
사마천이 화식열천을 통해 말하고자 한 돈의 가치와 이재의 비결을 곱씹는 과정에서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왜 그렇게 돈돈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사유도 하게 됐다. 그
결과 나는 돈의 노예로 살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돈의 노예로 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상, 돈의 많고 적음과는 무관한 일이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돈을 인생의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돈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면, 구차하게 돈을 따라다닐 필요 없이, 돈이 나를 따르게
된다. 무엇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나를 포함해 많
은 사람들이 부자를 선망하면서도 정작 돈 버는 방법이나 기술을 익히는데 게으르다. 돈에 대해
통제력을 갖게 되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돈이 많건 적건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과유
불급(過猶不及),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은 재앙이다. 탐욕은 추락을 부른다.
자수성가한 이 시대 갑부들 삶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보다 돈 버는 법에 대해 더 명징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을까?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손정희, 오프라 윈프리, 제프 베조스, 조앤 롤링 같은 억만장자들의 성공 스토리에서 한 가지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누구도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돈은 순전히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막대한 부와 명예는 열정적으로 꿈을 추구한 데 따른 부산물이었다.
“무덤에서 가장 부자가 되는 것은 내겐 의미가 없습니다.
밤에 잠 자려고 할 때 뭔가 근사한 일을 했다고 느껴지는 게 중요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그에게 돈은 그저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수단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두 번째 부자로 꼽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돈을 추구한 기업가가 아니다.
야후의 성공 이후 인터넷 기업에 집중 투자한 손정의는 재산이 760억 달러에 이르며 일본 최고의 부자로 등극하게 된다. 3일 동안 빌 게이츠를 재치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적도 있었다. 당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주식이 1주일에 1조엔씩(약 11조원) 늘어났다고 한다. 보통사람으로선 도저히 경험해 볼 수 없는 일.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돈 욕심이 완전히 없어져요 긴자에 가도, 어딜 가도, 쇼핑을 하는 즐거움, 집이나 차, 옷 등 갖
고 싶은 물건을 샀을 때 느끼는 기쁨이라는 기분이 제로가 됩니다. 완전히 제로가 돼요. 긴자의
미츠코시 백화점에 가면, 아예 백화점을 통째로 사버릴 수도 있겠죠. 통째로 산다고 해도 1 조엔
이라면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어요. 이 때 생각했던 것은 역시 돈보다는 사람이 기뻐할 무언가
그런 것을 하고 싶다. 그런 것 밖에 없었어요. 사람을 기쁘게 해주자. 사람들이 정말로 감사하다
고 하도록 하자. 돈은 아무래도 좋다. 40대에 다시 한번 승부를 걸자.”
우연치고는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그가 버블의 정점에서 돈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드디어
인터넷 버블이 붕괴됐고. 소프트뱅크의 주식 가치가 100분의 1로 떨어져, 파산위기를 맞게 된다.
돈을 빌리는 것도 여의치 않던 상황, 그렇게 바닥으로 내려앉았을 때, ‘괜찮아, 될 대로 되겠지
어차피 돈도 없고, 여기서 이제 마지막 승부를 거는 거야.’라며 이미 준비하기 시작했던 브로드
밴드에 뛰어들어, 일생 일대의 승부를 걸었다. 소프트뱅크는 완전히 부활했고, 사상 최고의 이익
을 경신 중이다.
하늘이 낸 부자도 결국 순리에 의해 돈을 버는 것이지, 돈을 벌겠다는 탐욕이나 강제적인 힘(다
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뺏어오기 위해 사용하는 속임수나 물리적 제도적 폭력)을 써서 버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돈 욕심을 버리고,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의 이치에 따라 부단히 노력 했고,
그 결과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재물을 일굴 수 있었다. 이들은 보통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는
막대한 부를 소유했을 때, 그것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오래 전 빌 게
이츠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진행자와 함께 맥도널드 빅맥을 먹으며 인터뷰하던 인상 깊은
장면이 떠오른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그에게 세계 최고의 부자로 사는 것이 어떤가에 대해 물었
던 것 같다. 그러자 그는 “저는 햄버거를 좋아하는데, 맥도널드에서 빅맥을 사먹을 때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답했다. 다소 엉뚱하고 간결한 답변 속에 돈을 대하는 억만장자의 강렬한
메시지가 숨어 있지 않은가.
✔ 돈에 관한 욕심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돈이 없는 것도 이 점에서는 똑같다. – 사무엘 버틀러
✔부자는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겠지만 가난한 사람은 이미 지옥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 체이스
✔ 돈이 무엇보다도 천하지만, 그래도 그리운 것은 그것이 인간에게 재능까지 부여하기 때문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생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 가난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 재물은 생활을 위한 방편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 칸트
✔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 잘못이다. – 빌 게이츠
(부지런히 지혜와 재능을 키운다면, 누구나 가난을 면할 수 있다.)
✔ 작은 이익을 본다면 큰 일을 이룰 수 없다. - 공자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큰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일해야 한다.)
✔ 돈은 쫓을 수록 손에 쥐기 힘들어진다. - 마이크 테이텀
✔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면 돈 생각은 아예 잊어라.-오프라 윈프리
✔ 사람은 일생 동안 돈을 벌거나 쓰거나 둘 중에 하나밖에 할 시간이 없다 - 세네카
(돈을 벌기 위해선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와 생산의 균형은 이루기 어렵다. 좋은 차와 집, 명품 옷과 신발을 사고,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어 돈을 벌고 싶은 것이라면,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 쓰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업은 금물이다.)
기타…
✔ 통장에 있는 잔고는 큰 의미가 없다. 돈 버는 기술, 지식, 안목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라.
✔ 무조건 아끼지 말고 써야 할 때는 분명하게 써라.
✔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라. 그것이 돈을 버는 순리다.
✔ 세상의 흐름을 읽는 자가 돈을 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