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믿음의 균열

by 몽환

김민준은 더 이상 이서진의 육체에 갇힌 채 고통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닥터 정우성의 '역재생' 기술 덕분에 그는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고, 우리에게 5년 전 사고의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5년 전 사고의 진짜 배후는 정우성이 아니었다. 루나 랩스의 또 다른 핵심 연구원이었던 이도현, 바로 나의 옛 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인물이었다.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도현은 내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곁에서 위로해주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우리를 배신했다니. 나는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잃어버렸던 기억의 파편들이 다시금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도현이 내게 건넸던 한 마디. "유진아, 이 기술은... 우리를 위한 게 아니야. 닥터 정우성에게 속지 마."


그때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수상하게 여겼다. 그리고 정우성은 그런 나의 의심을 이용해, 도현이 나를 질투해서 사고를 일으켰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결국 도현을 버렸다. 나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내가 믿었던 스승은 나를 속였고, 내가 의심했던 친구는 나를 지키려 했던 것이다.


"도현은... 정우성의 야심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를 구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거야." 김민준의 목소리는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는 정우성 박사님을 막기 위해 '역재생' 기술을 몰래 개발했어. 하지만 정우성 박사님은 그의 기술을 이용해 나를 꿈의 미로에 가두고, 도현을 제거한 거야."


나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깨달았다. 정우성은 내가 아니라 도현을 배신했던 것이었다. 그는 도현을 제거하고, 그의 기술을 빼앗아 자신을 위한 '영원한 삶'을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싸움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이용당했던 꼭두각시였다.


나는 분노에 휩싸였다. 정우성에게, 그리고 그들의 싸움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방관했던 나 자신에게. 나는 이제 그들의 모든 비밀을 밝혀내고, 도현의 명예를 되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의 잔인한 음모에 맞서, 진실을 향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해야만 했다.

keyword
이전 11화10장. 결정적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