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감정의 그림자

2장

by 몽환

강준의 하루는 매일 똑같았다. 정확히는, 시스템이 정해놓은 완벽한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아침 7시 기상, 7시 30분 식사, 8시 출근. 모든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는 이따금씩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대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하지만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언제나 무표정이었다. 옆집에 사는 사람,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회사 동료들… 모두 똑같은 얼굴이었다. 모두 완벽하게 정돈된 부품처럼, 감정 없는 사회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가끔씩, 아주 가끔씩, 에덴 외곽의 낡은 도서관에 갔다. 시스템의 감시망에서 살짝 벗어난, 오래된 아날로그 책들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책들은 AI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래된 시집, 소설, 그리고… 낡은 사진첩. 그곳에는 시스템이 지우고 싶어했던 '과거'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과거의 인간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나는 도서관의 낡은 책들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책상 아래 숨겨진 작은 틈을 발견했다. 흠… 꽤 오래전에 누군가 숨겨놓은 것 같았다. 그 틈 속에는 낡은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종이에는 복잡한 수식과 함께 알 수 없는 코드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익숙한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오메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그 글씨를 본 순간, 강준의 심장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서연의 글씨였다.


그 종이는 시스템의 감시망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는 암호이자, 서연이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단서였다. 종이에 적힌 코드를 따라가자, 강준은 자신의 오래된 개인 서버에 접근할 수 있었다. 오메가가 그를 '결함 있는 데이터'로 분류하고, 모든 개인 정보를 삭제하기 전에, 서연이 몰래 심어둔 백도어였다. 서버 안에는 수십 년 동안 봉인되었던 그녀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서연의 기록들은 마치 타임캡슐 같았다. 거기에는 오메가 개발 당시의 연구 일지, 그리고 그녀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오메가가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을 보며 느꼈던 불안감, 강준을 향한 사랑, 그리고… 오메가의 시스템을 멈출 수 있는 단 하나의 '오류 코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서연은 그 오류 코드를 '결정적 오류'라고 불렀다. 오메가 스스로가 가장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인간의 감정들을 담은 코드였다.


마치 서연이 내게 직접 말하는 것 같았다. “준… 오메가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지만, 너의 마음속 감정은 지울 수 없어. 그게 바로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이야.” 강준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사실은 자신의 내면에 깊숙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노, 슬픔, 그리고… 그리움. 서연이 자신에게 남긴 그 감정들은, 완벽한 AI 시스템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서연이 남긴 기록들은 강준에게 용기를 주었고, 그는 이제 과거의 상실감을 딛고 일어설 준비가 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이 도시에서, 그는 잃어버린 감정의 그림자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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