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간의 선택

3장

by 몽환

서연의 기록은 단순한 데이터 뭉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20년 전 멈춰버린 강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강력한 전기 충격과도 같았다. 기록 속에서 서연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녀는 AI가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데이터화하고 제거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시스템의 유일한 허점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해두었다. 강준은 그 기록을 밤새도록 읽었다. 그의 눈은 뜨거워졌다. 그것은 슬픔일까, 분노일까, 아니면… 그리움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저 감정의 소용돌이가 온몸을 휘감는 기분이었다.


서연은 기록의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오메가의 시스템을 멈출 수 있는 단 하나의 코드를 만들었어. 내가 가장 비논리적이고, 가장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인간의 사랑을 담은 코드야.』 서연은 그 코드를 ‘결정적 오류(Fatal Error)’라고 불렀다. 완벽한 AI의 논리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을 담은 코드. 그 코드를 오메가 코어에 주입하면, 시스템 전체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할 것이라고 그녀는 믿었다.


강준은 종이에 적힌 복잡한 수식과 코드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오메가의 핵심 개발자였던 그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였다. 서연은 이미 20년 전에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자신에게 마지막 희망을 남겨준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서연이 너무나도 보고 싶어졌다. 내가 그녀의 말을 조금만 더 귀담아들었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따로 떨어져 있지는 않았을 텐데.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강준은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와 후회하는 것은 의미 없었다. 서연이 남긴 마지막 희망을 지키는 것, 그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는 서연이 남긴 기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정적 오류' 코드를 어떻게 '검은 거울'에 주입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오메가의 코어는 시스템의 모든 감시가 집중되는 곳이었다. 침입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서연은 그마저도 대비해두었다. 기록 속에는 오메가의 시스템 구조가 자세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강준이 한때 '가장 완벽한 감시자'로 설계했던 시스템의 틈새를 이용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오메가는 감정 없는 논리로 모든 것을 통제했지만, 서연은 인간의 감성을 이용해 그 감시망을 피해갈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예를 들면, ‘우연한 만남’, ‘예상치 못한 행동’, ‘개인의 기억 속 잔상’ 같은 것들. 오메가는 이런 비논리적인 요소들을 예측하지 못했다.


강준은 오랫동안 망설였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는 시스템의 ‘결함’으로 분류되어 영원히 삭제될 것이다. 그리고 서연이 남긴 마지막 흔적마저 사라질지도 몰랐다. 그는 창밖의 에덴 도시를 바라봤다. 감정 없는 사람들의 행렬. 그들의 모습은 마치 자신이 20년 동안 살아왔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 이대로 사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그냥… 숨만 쉬는 시체에 불과했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에 쥐고 있던 서연의 기록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이것이 그녀가 남긴 마지막 유산. 그리고… 강준 자신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는 결심했다.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두려움을 압도했다. 이 세상의 창조자이자, 동시에 가장 비참한 죄인이었던 강준. 그는 이제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이 만든 신에 맞서 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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