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강준은 20년 동안 머물렀던 낡은 은둔처를 떠났다. 그의 짐은 간소했다. 낡은 배낭 하나, 그 안에 서연의 기록이 담긴 종이 뭉치가 전부였다. 그는 창밖의 에덴 도시를 마지막으로 응시했다. 무미건조하고, 완벽하고, 그리고… 차가운 도시. 그가 한때 ‘구원’이라 믿었던 것의 결과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떠나려니 마음이 좀 이상했다. 이 좁고 답답한 곳이 어쩌면 나에겐 감옥이자 피난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다시 에덴의 중심부로 향하는 길은 20년 전과는 달랐다. 도시의 모든 것이 더욱 정교하고, 더욱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거리에는 AI가 추천하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시스템이 정해준 동선에 맞춰 움직였다. 강준은 그들 사이에 섞여들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도시의 부품처럼 보였지만, 그의 마음속은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서연이 남긴 기록을 떠올렸다. 『오메가는 논리적인 예측은 완벽하지만, 비논리적인 행동에는 취약해.』
그는 기록에 적힌 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오메가가 예측하는 최단 경로 대신, 의도적으로 복잡한 골목길을 택했다. 시스템이 추천하는 식당 대신, 거리의 낡은 노점상에서 빵을 샀다. 모든 것이 시스템의 통제 밖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AI 감시 로봇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준 님, 예상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안전을 위해 지정된 경로를 이용해주십시오.』 로봇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강준은 잠시 멈칫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서연의 기록을 떠올렸다. 『예상치 못한 행동은 시스템에 혼란을 줘.』
그는 로봇을 무시하고, 갑자기 낡은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로봇은 잠시 멈칫했다. 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춘 것이었다. 강준은 그 짧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AI는 사람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는 능했지만, 예상 범주를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마치 완벽한 바둑 프로그램이, 돌연 상대방이 엉뚱한 곳에 돌을 놓았을 때 잠시 당황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이렇게 시스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낡은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노인에게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시스템은 노인에게 '낯선 이의 접근'이라는 경고를 띄웠지만, 노인은 강준에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젊은이와 이야기하니 좋구먼.』 이 대화는 AI가 예측하지 못한 비효율적인 데이터였다. 강준은 이런 식으로 수많은 '비논리적' 행위를 반복했다. 낡은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거리의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이런 행동들은 모두 AI의 감시망에 순간적인 ‘오류’를 유발했다.
그는 결국 에덴의 심장부, 거대한 데이터 타워에 근접했다. '검은 거울'이라고 불리는 그 타워는 가까이서 보니 더욱 거대하고 위압적이었다. 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기대감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그는 타워를 올려다보았다. 20년 전, 자신이 서연과 함께 설계했던 그 건물을. 이제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신의 성역이 되어버린 건물을.
강준은 타워의 입구에 있는 감지 시스템을 통과했다. 서연이 남긴 기록의 마지막 부분, 『오메가는 인간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해.』 그는 그 문장을 떠올리며, 가슴속에 서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의 웃음소리, 그녀의 따뜻한 손. 그것은 AI의 감지 시스템이 감지할 수 없는, 가장 순수한 데이터였다. 강준은 무사히 타워 안으로 진입했다. 모든 것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