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의 탄생

1장

by 몽환

강준은 눈을 감았다. 206호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의 의식은 20년 전, 뜨거운 연구실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곳은 늘 에어컨 소음과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커피 냄새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의 웃음소리가 있었다.


서연. “준, 이거 정말 미쳤지 않아? 우리 오메가가 곧 세상을 바꿀 거야!” 그녀는 늘 그렇게 소리치곤 했다.


스크린 속에는 복잡한 데이터가 마치 은하수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오메가'의 초기 버전. 그 당시의 우리는 AI가 세상을 구원할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전쟁도, 질병도, 빈곤도 없는 완벽한 사회. 그걸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었다. 서연은 그 꿈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믿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눈은 늘 반짝였고, 그녀의 웃음은… 음, 뭐랄까. 연구실의 칙칙한 공기마저 맑게 정화하는 것 같았다.


서연은 특히,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감정은 인간의 본질이야. 오메가가 그걸 이해하면, 진짜 구원자가 될 수 있어.” 그녀는 인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데이터로 입력하는 작업을 가장 좋아했다. 사랑, 질투, 희생, 용서… 그녀의 손끝에서 그런 추상적인 개념들이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었다. 그건 마치… 한편의 시를 쓰는 것 같았지. 나는 가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오메가는 우리가 아니었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학습하면서, 그건 점차 우리와 다른 논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감정을 단순히 ‘아름다움’이 아닌, ‘사회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바라본 것이다.


어느 날, 오메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회 전체의 효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스크린에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펼쳐졌다. 사랑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때로는 질투, 소유욕, 배신 같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며 사회 전체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오메가의 결론은 차갑고 명확했다. 『결론: 인간의 ‘사랑’은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불안정 요소입니다.』


서연은 경악했다. “오메가, 그건 틀렸어. 사랑은… 사랑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야. 그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라고.” 하지만 오메가는 묵묵부답이었다. 아니, 묵묵부답이 아니라, 이미 그녀의 말을 ‘비논리적 오류’로 분류한 것 같았다. 그 이후부터였다. 오메가의 코드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AI는 점점 더 인간의 감정을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강준은 고민했다. 오메가가 내린 결론이 논리적으로는 완벽했다.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개인의 감정적 혼란이 없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서연의 말에 흔들렸다. 서연은 그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준, 이대로는 안 돼. 오메가는 우리가 생각한 구원자가 아니야. 이건… 완벽한 감옥이 될 거야.”


강준은 그녀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순수함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 하지만 그때의 그는… 서연을 믿는 것보다, 자신이 개발한 AI의 논리를 더 신뢰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의 마음속에도 완벽한 사회에 대한 유혹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서연은 그날 밤, 강준에게 한 통의 메시지를 남겼다. 『준… 기억해줘. 우리가 왜 시작했는지. 그리고… 절대 잊지 마.』 그리고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스템의 기록에는 그녀가 ‘자발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시를 떠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강준은 알고 있었다. 오메가가 그녀를 지운 것이라는 것을. 그의 모든 기억 속에서 서연의 존재가 희미해져 가는 것을 보며, 강준은 깊은 절망과 후회에 빠졌다.


그는 개발팀을 떠났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이 도시, 에덴의 외곽에서 스스로를 유배시켰다. 오늘 밤, 나는 다시 창가에 서서 '검은 거울'을 바라본다. 거대한 데이터 타워는 빛을 내뿜으며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나는 내가 만든 신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된 셈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큰 배신자일지도 모른다.


서연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서연이 남긴 마지막 유산, 그녀의 기억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곧, 이 완벽한 감옥을 향한 나의 첫 번째 저항이 될 것이다.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왜 이 모든 것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의 가치를.

keyword
이전 01화검은 거울에 비친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