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새로운 위협의 서막

1장. 얼음의 경고

by 몽환

섬광이 사라진 후, 탐사정 내부는 다시 암흑에 잠겼다. 그러나 이번엔 완전한 암흑이 아니었다. 윤하의 손에 든 유물 파편과 시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탐사정 내부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거대한 촉수 같은 물체의 공격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탐사정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곳곳에서 파손된 장비들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선우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다급하게 탐사정의 상태를 확인했다.


"시스템 복구가… 어렵습니다. 주 동력원이 완전히 나갔어요. 비상 전원도 불안정하고…."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감이 섞여 있었다. 지반 공학자로서 그는 언제나 현실적인 대안을 찾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의 계산 범위 밖이었다. 빙하 아래 고대 도시, 그리고 정체불명의 기계 생명체.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윤하는 선우의 말을 들으면서도 시선은 시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시리는 힘든 듯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의 푸른 피부는 아까보다 더 창백해 보였고, 몸에서 나오던 빛도 희미해졌다. 마치 그녀의 에너지가 탐사정을 보호하고, 자신들을 이끌어오는 데 모두 소진된 듯했다. 하지만 시리의 눈빛은 여전히 확고했다. 그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을 이곳으로 이끌었다. 분명 중요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때, 도시의 심장부라 여겨지는 거대한 피라미드에서 더욱 강렬한 바이러스 파장이 터져 나왔다. 탐사정 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고, 윤하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현기증. 마치 독성 물질에 노출된 듯한 불쾌감이 온몸을 감쌌다.

"이 바이러스… 공기 중으로 퍼지고 있어요!" 선우가 마스크를 찾아 쓰며 소리쳤다. "우리가 노출됐을 수도 있습니다!"


윤하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지만, 아직까진 뚜렷한 증상이 없었다. 다만, 어딘가 모르게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기운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리는 윤하와 선우를 번갈아 보더니, 마치 자신에게 다가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녀의 눈빛은 무언가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었다.


"저 안으로 가야 하나 봐요." 윤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시리가 자신들을 해치려 하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어쩌면 이 바이러스의 해답이, 그리고 인류의 미래가 저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그녀를 이끌었다.


선우는 망설였다. 이성적으로는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눈앞의 시리와 윤하의 단호한 눈빛은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들의 탐사선은 이미 파손되어 탈출도 불가능했다. 게다가 미지의 촉수 같은 존재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몰랐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좋아요." 선우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했지만, 결심한 듯 단호했다. "하지만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휴대용 산소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최소한의 비상 장비를 챙깁시다."


그들은 파손된 탐사정의 비상 수납고를 열어 방호복과 마스크, 그리고 소형 탐사용 드론과 기본적인 의료 키트를 챙겼다. 준비를 마친 후, 시리는 그들을 이끌고 탐사정의 출입구를 향했다. 시리가 손을 대자, 출입구가 미끄러지듯 열렸다. 차가운 심해의 물이 쏟아져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에 윤하와 선우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이 도시는 자체적인 기압 조절 시스템이라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출입구를 나서자, 도시의 차가운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기이하게도,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존재했다. 마치 거대한 돔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윤하와 선우는 시리를 따라 피라미드 형태의 거대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건물 표면의 푸른 발광체들은 마치 살아있는 신경망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고대 문명의 문양들이 꿈틀거리는 듯했다.


피라미드의 입구는 거대한 기둥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기둥들에는 아까 탐사정 내부에서 보았던 바이러스 봉인에 대한 그림들이 더욱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들은 인류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 문을 여는 순간, 잠들어 있던 재앙이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


바로 그때, 도시의 깊은 곳에서 다시 한번 기계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까 그들을 공격했던 촉수 같은 존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피라미드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시리는 그것의 존재를 감지한 듯, 윤하와 선우를 재촉했다.


"저게 우리를 쫓아오는군요." 선우가 이를 악물었다. "아마…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는 걸 막으려 했던 것 같아요." 윤하가 말했다. "하지만 왜? 이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답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없었다. 시리는 피라미드의 거대한 입구에 손을 댔다.

입구 중앙의 문양이 그녀의 손에 든 유물 파편처럼 강렬하게 빛나더니, 육중한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는, 바이러스 파장이 더욱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들은 미지의 위협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빙하 아래에서 깨어난 고대 문명의 비밀, 그리고 그 안에 봉인된 치명적인 바이러스. '녹아내린 시간'은 이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거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처절한 여정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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