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해의 탈출

2장. 물에 잠긴 도시

by 몽환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깥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거대한 문이 닫히고, 그들은 완벽한 정적 속에 갇혔다. 윤하와 선우는 방호복 마스크 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바이러스 파장은 여전히 강렬했지만, 적어도 이곳은 아까 바깥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공포보다는 안정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시리는 그들을 이끌고 피라미드의 내부 통로를 따라 걸었다. 통로는 매끄러운 푸른색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고, 벽면에서는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길을 밝혔다.


"이곳은… 어떤 공간이죠?" 선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지반 스캔 장비는 여전히 작동했지만, 이곳의 재질은 그의 분석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로도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윤하는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을 유심히 살폈다. 이곳의 문양들은 바깥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했다. 그 속에는 고대 문명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들의 과학 기술, 생명에 대한 이해, 그리고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기록들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유물 파편은 여전히 따뜻하게 빛나며 주변의 에너지와 공명하고 있었다.


시리는 통로 끝에 다다르자 멈춰 섰다. 그곳에는 투명한 막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공간이 있었다. 공간 안에는 정교한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마치 거대한 수정이 박혀 있는 듯한 제어판이 놓여 있었다. 시리는 제어판으로 다가가 손을 얹었다. 그러자 수정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공간 전체를 감쌌다.


"여기는… 일종의 비상 탈출 시스템 같아요." 윤하가 직감적으로 말했다. 문양에서 보았던 재앙의 순간, 고대인들이 무언가를 봉인하고 스스로를 격리하려 했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간 내부의 장치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투명한 막이 서서히 열리며 바깥의 얼음벽이 드러났다. 선우는 스캔 장비를 들고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돼… 이 벽이 움직이고 있어요! 빙하를 뚫고 밖으로 나가려는 겁니다!" 선우의 목소리는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거대한 구조물이 빙하를 뚫고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이었다. 인류의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리는 윤하와 선우를 공간 안으로 이끌었다. 그들은 시키는 대로 공간 안으로 들어섰고, 투명한 막이 다시 닫혔다. 시리는 제어판 앞에 서서 다시 한번 손을 얹었다. 그러자 공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탐사정이 추락했던 그 심연의 구멍을 따라, 그들은 놀라운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빙하를… 정말 뚫고 올라가는군요." 윤하는 창밖으로 보이는 빙하의 단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수십만 년 동안 굳건히 자리했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그들의 상승에 의해 갈라지고 부서지는 모습은 경이로우면서도 동시에 섬뜩했다.


선우는 주변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압력 변화가 엄청납니다. 하지만 이 구조물은 완벽하게 압력을 제어하고 있어요. 외부 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 추진 방식… 우리가 아는 어떤 동력원과도 다릅니다. 이걸 해독할 수 있다면…." 그의 눈빛은 지반 공학자로서의 순수한 탐구욕으로 빛났다. 이 고대 기술은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었다.


상승은 빠르게 이어졌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빙하의 단면이 점차 밝아졌다. 희미한 푸른빛이 탐사정 내부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빙하의 최상단, 즉 해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거대한 빙산 사이에서, 그들의 탈출용 구조물은 마치 유령선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신선한, 그러나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윤하는 마스크를 벗어 심호흡을 했다. 하늘에는 여전히 오로라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얼음 바다가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빙하 밑으로 내려가기 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빙산 곳곳에선 거대한 균열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고, 멀리서는 빙하가 바다로 무너져 내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우리가 얼마나 아래에 있었던 거죠?" 윤하가 물었다. 선우는 시계를 확인했다. "거의 48시간 가까이 연락 두절 상태였습니다. 강 박사님이 난리 났을 거예요."

그들이 상공으로 완전히 솟아오르자, 시리는 제어판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구조물의 푸른빛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고요한 눈으로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듯했다.


바로 그때, 그들의 장비에서 희미한 신호가 잡혔다. 선우는 급히 통신 장비를 조작했다. "노틸러스! 여기 이선우입니다! 윤하 박사님과 함께 무사합니다! 현재 남극 D-7 지점 상공에 있습니다!"

통신 너머에서 강 박사의 다급하면서도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 윤하! 너희들 대체 어디에 있었나!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당장 위치 보내라! 주변에 우리 수색대가 나가 있다!"


강 박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윤하와 선우는 비로소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극심한 위험을 뚫고 살아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들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빙하 아래 고대 도시에서 마주한 바이러스의 위협, 그리고 그들을 공격했던 미지의 기계 생명체의 존재는 인류에게 새로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리. 그녀의 존재는 이 모든 미스터리의 핵심이었다. 그들은 이제 빙하를 넘어, 물에 잠긴 도시로 돌아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빙하의 경고는 끝났지만, 재앙은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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