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명의 흔적

2장. 물에 잠긴 도시

by 몽환

강 박사의 수색팀은 놀랍도록 빠르게 도착했다. 그들이 타고 온 중형 항공정은 빙산 사이의 작은 틈새에 착륙했고, 강 박사는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은 채 탐사정에 뛰쳐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안도, 그리고 흥분이 뒤섞여 있었다. 윤하와 선우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항공정에 올랐다.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방호복 틈새를 파고들었지만, 그들은 이제야 비로소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너희들 대체 어디에 있었나! 연락도 없이!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강 박사는 윤하와 선우의 어깨를 번갈아 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들이 겪었을 위험에 대한 진심 어린 염려가 담겨 있었다.

윤하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흐릿한 눈으로 강 박사를 바라보았다. "박사님… 저희가… 고대 문명을 발견했어요. 빙하 아래에… 거대한 도시가 있었어요."


강 박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윤하의 말을 믿기 어렵다는 듯 선우를 쳐다보았다.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 박사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사실입니다, 박사님. 제 지반 스캔 데이터에도 명확히 잡혔습니다. 인공 구조물입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술력으로 지어진…."


그때, 시리가 항공정의 출입구 쪽에 조용히 서 있는 것을 강 박사가 발견했다. 투명한 피부, 푸른 눈동자, 그리고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 강 박사는 한동안 시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윤하를 돌아보았다.


"저… 저 존재는 대체 누구인가?" 그의 목소리는 경외심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윤하는 시리를 돌아보았다. 시리는 고요한 눈으로 강 박사를 응시하고 있었다. "시리예요. 고대 문명의 생존자… 혹은 그 문명의 의식이 구현된 존재인 것 같아요. 시리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강 박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과학적 지식과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벌어진 것이었다. 고대 문명, 살아있는 존재, 그리고 그들이 가진 미지의 힘.

"이 모든 것을… 자세히 보고해야 합니다." 강 박사는 결심한 듯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저… 시리의 안전을 확보해야 해." 그는 시리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말했다.


항공정은 남극의 차가운 대기를 가르며 이륙했다. 윤하와 선우는 피로에 지친 몸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아래로는 여전히 거대한 빙하가 보였지만,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수만 년의 비밀과, 인류의 미래를 뒤흔들 거대한 재앙의 씨앗이 봉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이제 막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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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그들은 북극에 위치한 UN 통합 연구 기지에 도착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이곳은 전 세계 기후 변화 전문가들이 모여 재앙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는 인류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곳이었다. 윤하와 선우는 간단한 검진을 마친 후, 강 박사의 지시에 따라 보안이 철저한 회의실로 향했다. 시리는 격리 시설로 옮겨졌다. 그녀의 존재는 극비 사항이었고,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는 금기였다.


회의실에는 강 박사 외에 몇 명의 고위 관계자들과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인류의 미래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엿보였다. 윤하와 선우는 자신들이 빙하 아래에서 겪었던 모든 일을 상세히 보고했다. 고대 도시의 발견, 바이러스 봉인에 대한 문양들, 그리고 시리의 존재와 그녀가 보여준 미지의 능력까지.


"바이러스라고…?" 한 과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수만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바이러스가 빙하가 녹으면서 깨어났다는 말인가?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인류는 전멸할 수도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리의 존재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그 존재의 정체는 무엇이지? 인간인가, 아니면 다른 생명체인가? 그녀가 정말로 그런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술렁였다. 고대 문명의 유산이 인류에게 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과, 동시에 미지의 바이러스와 존재가 불러올 수 있는 새로운 위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빅터의 '오션프론티어' 측 대표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빙하 아래의 발견이 사실이라면, 그곳의 자원과 기술은 인류의 재건에 막대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 미지의 존재와 바이러스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요소입니다. 그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할 계획입니까? 무엇보다, 그 문명의 기술을 우리에게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빅터 측의 질문은 늘 그랬다. 모든 것을 효율성과 통제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다. 윤하는 그의 시선에서 고대 문명의 유산을 단순히 착취 대상으로 여기는 탐욕을 읽었다.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빙하 아래 도시의 추가 붕괴를 막고,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제 지반 스캔 데이터에 따르면, 그 도시는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진입할 때 발생했던 충격으로 인해 균열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스크린에 복잡한 지반 데이터를 띄웠다. "이 도시의 구조와 에너지를 이해해야만 바이러스의 근원을 파악하고,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고고학적 발견이 아니라, 인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강 박사는 선우의 말에 힘을 실었다. "선우 박사의 말이 맞다. 우리는 이 고대 문명을 단순히 이용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이 바이러스를 어떻게 봉인했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 안에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회의는 격론으로 이어졌다. 인류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기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입장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윤하와 선우는 그 모든 논쟁 속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경이로움과 공포, 그리고 시리의 눈빛에 담겨 있던 간절함을 다시금 떠올렸다. 빙하의 경고는 이제 현실이 되어 그들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물에 잠긴 도시, 그리고 그 도시를 집어삼키려는 기후 재앙 속에서 인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들의 임무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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