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희망과 절망의 공존

2장. 물에 잠긴 도시

by 몽환

UN 통합 연구 기지의 회의는 며칠 밤낮으로 이어졌다. 강 박사는 윤하와 선우가 가져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대 문명의 기술과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역설했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특히 빅터의 '오션프론티어'는 고대 문명의 기술을 독점하여 새로운 에너지원과 건축 재료를 확보하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인류의 재건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속내는 막대한 이윤 추구임이 명백했다.


"저 고대 기술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모든 국가가 공유해야 할 인류의 자산입니다." 윤하는 빅터 측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빙하 아래에서 발견된 문명은 스스로를 격리하며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 했습니다. 그들의 지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기술을 남용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겪었던 재앙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겁니다."


선우는 데이터 패드를 빅터 측 대표에게 내밀었다. "현재 빙하의 융해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고대 도시의 지반 안정성은 극도로 취약한 상태이며, 우리의 진입으로 균열이 더욱 커졌습니다. 만약 오션프론티어가 무리한 탐사를 강행한다면, 도시 전체가 붕괴하여 바이러스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업적 이득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경고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그는 자신의 과거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빅터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위험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해수면은 계속 상승하고 있고, 기후 난민은 통제 불능 상태입니다. 새로운 기술 없이는 인류의 미래는 없습니다. 오션프론티어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 기술을 활용할 능력이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그럴듯했지만, 윤하와 선우에게는 탐욕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회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강 박사는 시리가 있는 격리 시설로 윤하와 선우를 데려갔다. 유리벽 너머로 시리가 고요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외부 세계의 소란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명상에 잠긴 듯 보였다.

"시리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 연구 중이지만… 쉽지 않다." 강 박사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언어 체계도, 사고방식도 우리와 너무 달라.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는 바이러스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고… 어쩌면 그것을 통제할 방법도 알 지도 몰라."


윤하의 손에 들린 유물 파편이 다시 희미하게 빛났다. 시리가 고개를 들어 윤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여전히 깊은 슬픔과 함께 알 수 없는 갈망이 담겨 있었다. 윤하는 그 눈빛에서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와 동시에 구원을 바라는 듯한 염원을 읽었다.

"시리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해요. 고대 문명의 기록처럼요." 윤하가 말했다. "우리가 그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죠."


선우는 유리벽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신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파장을 분석해봤습니다. 우리 탐사정을 움직였던 것과 같은 형태의 에너지입니다. 고대 도시의 핵심 에너지와도 일치해요. 만약 이 에너지를 해독할 수 있다면…." 그의 눈빛에 새로운 희망이 피어났다.


강 박사는 두 젊은 학자의 눈빛을 번갈아 보았다. 윤하는 고대 문명의 정신적, 역사적 가치와 인류의 공존을 꿈꾸고 있었고, 선우는 그들의 기술을 통해 현실적인 난국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들의 다른 시각이 어쩌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강 박사의 마음속에 피어났다.


"우선, 시리와의 소통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 박사가 말했다. "그리고 오션프론티어 측의 독단적인 행동을 막아야 해. 우리는 더 큰 재앙을 막아야 한다."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기지 내부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스크린에는 비상 상황을 알리는 붉은 경고등이 번쩍였다. 동시에 강 박사의 통신 장치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사님! 뉴욕의 침수 지역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열과 피부 발진… 그리고 호흡기 증상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강 박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바이러스의 이름이 명확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모두는 직감했다. 빙하 아래에서 깨어난 고대 바이러스가 마침내 인류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윤하와 선우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이 거대한 재앙 앞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가 엿보였다. 빙하의 경고는 현실이 되었고, 물에 잠긴 도시는 이제 바이러스의 그림자 아래 놓였다. 인류의 미래는 이제 그들의 어깨에 달려 있었다. 강 박사의 지시에 따라 그들은 곧바로 뉴욕으로 향하는 항공정에 올랐다.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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