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돈 속의 한 줄기 빛

3장. 미지의 신호

by 몽환

뉴욕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거리는 통제되었고, 물에 잠긴 저층 건물들 사이에서는 연신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감염자들을 격리 시설로 옮겼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역부족이었다. 공기 중에는 공포와 불안, 그리고 미세하게 퍼지는 바이러스의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윤하와 선우, 그리고 강 박사는 비상 대책 본부가 마련된 고지대의 임시 연구소에 머물렀다. 그들은 시리와 고대 유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도, 뉴욕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시해야 했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초기보다 전파력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강 박사가 스크린의 데이터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지만, 쉬지 않고 해법을 찾으려 애썼다. "지금으로서는 치료제는 고사하고, 백신 개발도 요원합니다. 바이러스의 구조 자체가 우리가 아는 어떤 것과도 달라요."


선우는 자신의 패드를 강 박사에게 내밀었다. "지반 침하가 바이러스 확산의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침수된 지하 시설과 오염된 토양이 바이러스의 은신처가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뉴욕의 오래된 지하철 터널이나 하수도 시스템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지반을 안정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해수면 상승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미 도시의 인프라 자체가 붕괴 직전이었다.


윤하는 회의실 한쪽에 놓인 시리의 격리 시설을 바라보았다. 시리는 유리벽 너머에서 고요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외부의 혼란과는 동떨어진, 고요한 존재였다. 윤하의 손에 들린 고대 유물 파편은 시리의 존재를 감지한 듯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시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알고 있을 거예요. 고대 문명의 벽화에서 분명히 바이러스 봉인에 대한 내용이 있었어요. 우리가 그녀와 소통할 수만 있다면…." 윤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지난 며칠 동안 시리와 소통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리의 언어는 인간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때, 빅터의 대변인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거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강 박사님, 그리고 윤하 박사님, 이선우 박사님. 긴급한 소식이 있습니다. 저희 오션프론티어에서 고대 바이러스에 대한 잠정적인 치료제를 개발했습니다."

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강 박사의 얼굴에도 놀라움과 함께 미심쩍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치료제라고? 그렇게 빨리? 어떤 원리인가?"


"자세한 내용은 영업 비밀이라 밝힐 수 없지만… 빙하 아래 고대 문명의 에너지 파장을 분석하여 개발한 것입니다." 대변인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임상 시험 단계에 있으며, 초기 결과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 치료제는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윤하와 선우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고대 문명의 기술을 그렇게 단기간에 해독하고, 심지어 치료제까지 개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을 터였다. 특히 빅터가 이 모든 상황을 얼마나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았기에, 그들의 주장은 더욱 미심쩍었다.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단순히 약으로 변환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선우가 즉시 반박했다. "저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들의 에너지는 생체 작용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복합적인 파장입니다. 단순한 화학적 조합으로 치료제가 만들어질 리 없어요."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윤하가 덧붙였다. "그들은 바이러스를 '봉인'하려 했지, '치료'하려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기록에는 바이러스를 봉인하기 위한 노력만 있었을 뿐, 치료에 대한 내용은 없었어요. 오션프론티어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간과했거나… 아니면 숨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빅터 측 대변인은 그들의 의심을 비웃듯 말했다. "과학적 상상력이 부족하신 것 같군요. 인류는 항상 불가능을 가능케 해왔습니다. 이 치료제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 저희 오션프론티어는 고대 문명 유적에 대한 모든 권리를 독점할 것입니다. 이는 이미 정부와 주요 국가 지도자들과 합의된 사항입니다."


그의 말에 강 박사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빅터가 이 모든 혼란을 이용해 고대 문명의 유산을 완전히 독점하려 한다는 것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그들의 야욕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회의실을 나온 윤하와 선우는 답답함에 한숨을 쉬었다. 바깥에서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흐느낌이 섞여 들려왔다.


"저들이 정말 치료제를 개발했을 리 없어." 윤하가 말했다. "분명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 거야.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그렇게 쉽게 제어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시리가 가진 힘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이었어."


선우는 자신의 데이터 패드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바이러스 파장은 여전히 강합니다. 치료제가 나왔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감염률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치료제는… 거짓이거나, 혹은 일시적인 효과만을 줄 뿐일 겁니다."


바로 그때, 윤하의 손에 들린 고대 유물 파편에서 평소와 다른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시리의 격리 시설에서 이상한 진동이 감지되었다. 시리가 유리벽에 손을 얹자, 그녀의 눈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왔고, 그것은 윤하의 파편과 공명하듯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윤하의 머릿속으로 알 수 없는 영상들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대 문명의 언어가 아니었다. 어떤 이미지와 감정, 그리고 파편적인 정보들이 뒤섞인 미지의 신호였다. 시리가 윤하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 하고 있었다. 바이러스의 진정한 비밀, 그리고 빅터의 치료제가 숨기고 있는 진실에 대한 경고였다.

keyword
이전 10화4. 재앙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