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미지의 신호
시리가 윤하에게 보낸 미지의 신호는 혼란스러웠다. 그것은 명확한 언어가 아니었다. 파편적인 이미지들과 강렬한 감정의 파동이 뒤섞여 있었다. 윤하는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동시에 어떤 진실의 조각을 엿보는 듯한 기묘한 전율에 휩싸였다. 신호 속에는 고대 문명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동시에, 자신들이 가진 에너지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격리'하려는 처절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기술이 어떻게 오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가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윤하 씨! 괜찮아요?" 선우가 그녀의 흔들리는 어깨를 붙잡았다. 윤하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시리가… 시리가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줬어요." 윤하는 겨우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고대 문명은 바이러스를 치료한 게 아니었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에너지로 바이러스를 '봉인'하려 했어요. 그리고… 그 에너지가 잘못 사용되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거라고 경고했어요."
선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시리가 있는 유리벽을 바라보았다. "에너지로 바이러스를 봉인한다고요? 그게 무슨… 그럼 빅터가 개발했다는 치료제는…." 윤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치료제가 아닐 거예요. 시리가 보여준 이미지에선, 고대인들이 그 에너지를 잘못 사용했을 때, 오히려 바이러스가 더욱 강력하게 변이되거나, 그 에너지 자체에 종속되는 형태로 변하는 모습이 나타났어요. 빅터가 만든 건… 어쩌면 바이러스를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촉매일 수도 있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리가 유리벽에 다시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선우도 신호의 일부를 감지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의 지반 스캔 데이터를 다시 확인했다. 그의 장비에 잡히던 바이러스 파장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분명 빅터의 '치료제'가 투입된 이후부터였다.
"바이러스가…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선우가 중얼거렸다. "빅터의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구조를 깨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바이러스에게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어요. 마치 바이러스가 그 에너지를 먹고 더 강해지는 것처럼…."
그들의 대화는 강 박사의 귀에도 들어갔다. 강 박사는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스크린에 나타난 뉴욕의 감염률 그래프를 다시 확인했다. 빅터의 치료제가 투입된 이후 잠시 주춤했던 감염률이 다시 치솟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확산이 아니었다. 그래프의 기울기는 전례 없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세상에… 빅터가… 이 재앙을 부채질하고 있었단 말인가?" 강 박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은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바이러스를 인류의 목구멍에 집어넣고 있었어!"
그때, 회의실 문이 다시 열리고 빅터의 대변인이 들어섰다. 그의 표정은 이전보다 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강 박사님, 최종 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저희 오션프론티어의 치료제는 압도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주요국 정부는 저희의 독점적인 고대 문명 유적 사용 권한을 승인했습니다. 이제 인류의 재건은 저희의 손에 달렸습니다."
그의 말에 윤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당신들은 지금 인류를 속이고 있어! 당신들의 치료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키우고 있다고요! 고대 문명은 그 바이러스를 봉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어! 당신들은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인류를 파멸로 이끌고 있는 거라고!"
빅터의 대변인은 비웃듯이 말했다. "흥분할 필요 없습니다, 윤하 박사님. 당신의 주장은 감정적이고 비과학적입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곧 이 바이러스는 완전히 통제될 겁니다. 당신들은 그저 빙하 아래의 낭만적인 고대 유적에만 관심이 있는 고고학자에 불과하겠죠."
그의 조롱에 선우는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강 박사가 그를 막아섰다. 강 박사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진실을 밝혀낼 거야. 시리와 고대 문명의 유산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그리고 당신들의 탐욕이 불러올 결과를…."
하지만 빅터 측은 더 이상 그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당당하게 회의실을 나섰다. 밖에서는 '오션프론티어'의 로고가 새겨진 대형 스크린에서, 자신들의 치료제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선전 영상이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윤하와 선우는 무력감을 느꼈다.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거대한 자본과 권력 앞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미약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손에는 고대 문명의 파편이 쥐어져 있었고, 유리벽 너머에는 인류에게 진실을 전하려는 시리가 있었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요." 윤하가 말했다. "빅터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시리가 알려준 진짜 경고를 인류에게 알려야 해요."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결의가 엿보였다. "이 도시의 지반은 바이러스로 인해 더욱 불안정해질 겁니다. 그리고 빅터의 무분별한 치료제 사용은 재앙을 가속화할 거예요.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내야 합니다."
그들은 다시 시리에게 다가갔다. 시리의 눈빛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녀의 푸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고대 문명의 마지막 경고이자, 인류에게 보내는 미지의 신호였다. 그 신호 속에는, 파멸을 막을 마지막 희망의 단서가 숨겨져 있을 터였다. 윤하와 선우는 그 신호를 해독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