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무너진 도시의 한구석,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자리 잡은 생존자 그룹은 이건호의 지휘 아래 점차 안정된 생활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건호는 자신의 공학 지식을 활용해 무너진 상수도관을 찾아 식수를 확보했고, 건물 잔해를 활용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거점을 구축했다. 민지은은 의료 지식으로 부상자들을 치료했고, 박진태는 물자 관리를 맡으며 이기심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었다. 지아는 이건호의 곁에서 그림자처럼 머물렀다. 이건호의 리더십과 지식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었다.
어느 날, 이건호는 식량과 연료를 찾아 민지은과 함께 도시의 더 깊은 곳을 탐색하기로 했다. 이건호의 공학적 분석에 따르면, 도시 외곽에 위치한 '하이드로 프로젝트'의 보조 관제 시설이 아직 온전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곳에 가면 지반 침하의 원인을 밝혀낼 중요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들은 무너진 고가도로와 붕괴된 건물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폐허 속에서 유일하게 멀쩡해 보이는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이건호의 눈에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최첨단 장비들이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이곳은 '하이드로 프로젝트'의 핵심 자료 보관소였다. 이건호는 긴장한 채 메인 서버에 접속했다. 비밀번호는 3년 전 자신이 사용했던 것과 동일했다. 이건호는 서버를 뒤지며 3년 전 묵살되었던 자신의 보고서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훨씬 더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서버에는 '하이드로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자료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료들 속에는 ‘프로젝트 오메가’라는 이름으로 은폐된 또 다른 계획이 숨겨져 있었다. 이건호는 그 자료들을 보며 손을 떨었다. ‘프로젝트 오메가’는 지반 침하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것을 통제하여 도시의 지반을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극비리에 진행된 계획이었다. 그는 그 자료들 속에서 자신의 보고서를 묵살했던 임원들과, 과거 이건호의 경고를 비웃었던 책임자들의 이름이 ‘프로젝트 오메가’의 주요 참여자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반 침하는 단순한 재난이 아니었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계획적인 살인이었다.
이때, 관제 시설의 통신 장비에서 잡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호 박사님, 저를 기억하십니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3년 전 이건호의 보고서를 위조했던, 그의 옛 동료 '김진우'였다. 김진우는 이건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말했다. “박사님은 여전히 정의감에 불타는군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김진우는 '프로젝트 오메가'의 진실을 폭로하려는 이건호를 막기 위해,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거점을 파괴하겠다고 협박했다.
이건호는 절망했다. 그는 단순한 재난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거대한 음모와 싸워야만 했다. 김진우의 목소리는 이건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진실을 밝히고 싶다면, 도시의 중심부로 오십시오. 하지만 그곳에는 당신이 상상하지 못한 공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건호는 서버실을 뛰쳐나왔다. 그의 손에는 '프로젝트 오메가'의 모든 진실이 담긴 데이터 칩이 들려 있었다. 이건호는 이제 생존자들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거대한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