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더의 탄생

에피소드 4

by 몽환

무너진 도시의 한구석, 이건호는 작은 소녀, 지아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약탈자들을 피해 도망친 후, 그들은 식량과 물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지아의 손은 차가웠지만, 그 온기는 이건호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에 갇힌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지아를 지켜야만 했다.


며칠을 헤맨 끝에, 그들은 작은 생존자 무리를 발견했다. 무너진 백화점의 지하 주차장을 임시 거점으로 삼은 곳이었다. 생존자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웅크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작은 희망이 담겨 있었다. 이건호는 지아를 안심시키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곳에는 의사 출신인 '민지은'이라는 여인이 생존자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었고, 냉철한 사업가였던 '박진태'가 생존자들의 물자를 관리하고 있었다. 민지은은 지아의 상처를 치료해주었고, 박진태는 그들에게 며칠간의 식량을 내어주었다.


민지은은 이건호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혼자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인데..." 이건호는 묵묵히 지아를 바라보았다.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건호의 눈빛에서 강한 책임감을 읽은 민지은은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반면, 박진태는 이건호의 지식에 관심을 보였다. "당신, 공학자라면서요? 이 도시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지 압니까? 쓸모없는 지식이 아니라, 정말 쓸모 있는 지식이요."


이건호는 그의 비아냥을 무시하지 않았다. 이건호는 자신의 공학 지식이 이제 사람들을 해치는 도구가 아닌, 사람들을 살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무너진 건물들의 구조를 분석하고, 지반이 불안정한 구역을 피해 안전한 통로를 찾았다. 그의 활약은 생존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몇몇 생존자들이 이건호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건호의 지식과 냉철한 판단력에 의지했다. 이건호는 마지못해 그들의 리더가 되어, 무너진 도시 속에서 안전한 거점을 찾고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박진태는 이건호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모두를 돕자고요? 이 세상에 그런 정의가 어디 있습니까? 살아남은 자들끼리 뭉쳐서 우리 것만 지켜야 합니다." 그는 이건호의 리더십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이건호는 박진태의 이기심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이 파괴된 세상에서 인간적인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지아를 통해, 그리고 민지은을 통해 무너진 세상에서도 '협력'과 '공존'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이건호는 생존자들을 이끌고 도시의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 그곳은 과거 '하이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지역이었다. 이건호는 무너진 건물과 싱크홀 주변의 지질 데이터를 분석하며, 재난이 단순히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한다. 거대한 싱크홀 아래에는 자연적으로는 생성될 수 없는, 기묘한 인공 구조물의 흔적이 존재했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재앙이 아니라, 거대한 음모의 단서였다. 그는 직감했다. '하이드로 프로젝트'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반을 파괴하려 했던 것이다.


이건호는 과거 '하이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지역에서 발견된 인공 구조물 잔해를 보며 경악한다. 그것은 그의 보고서를 묵살하고 공사를 강행했던 세력의 흔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이번 재앙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더 이상 재난 속에서 살아남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을 밝혀내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의 개인적인 복수심은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거대한 투쟁으로 변해간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무기가 아닌, 무너진 도시의 비밀을 품고 있는 낡은 지질 데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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