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5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시설의 잔해가 밤하늘로 솟구쳤다. 이건호와 민지은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폐허가 된 도로 위에 섰다. 그들의 등 뒤에서 작렬하는 불꽃과 함께 도시의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이건호 씨, 저게… 우리가 한 일인가요?” 민지은의 목소리는 미약한 떨림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폭발의 섬광뿐만 아니라, 그 섬광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절망의 그림자였다.
이건호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파괴한 것은 단순히 김진우의 계획을 막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를 복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다. 이 역설적인 진실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때, 폐허 속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호는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빛의 근원지는 박진태가 버려놓은 태블릿PC였다. 화면에는 김진우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이건호 박사님, 당신은 결국 제게 굴복했습니다. 당신의 손으로 도시의 마지막 희망을 파괴했고, 이 모든 진실은 곧 세상에 알려질 겁니다. 당신은… 영웅이 아닌 살인자가 될 겁니다.” 메시지는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파괴적인 의도는 이건호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는 김진우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었다. 가족을 구하기 위한 절박함이 그의 눈을 가렸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건호는 고개를 들고 민지은을 바라보았다. “우린… 함정에 빠졌어요. 김진우의 목적은 우리를 이용해 이 시설을 파괴하고, 모든 진실을 왜곡시키는 거였어요. 우리가 이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해요. 도시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 대신, 새로운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개인적인 복수심이나 절박함에 매달리지 않았다. 그는 공학자로서, 한 도시의 미래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이 모든 비극을 끝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폐허를 가로질러 도시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들의 등 뒤에서는 폭발의 여파로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의 굉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이건호는 자신의 낡은 배낭에서 '프로젝트 오메가'의 모든 진실이 담긴 데이터 칩을 꺼내 들었다. ‘이것만이… 우리가 김진우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야.’ 그는 데이터 칩을 꽉 움켜쥐었다. 그들의 여정은 희망을 향한 질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들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고독한 싸움이기도 했다. 과연 그들은 도시를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무사할까? 이제 모든 것의 진실이 밝혀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