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4
"30분입니다. 모든 것이 끝입니다."
김진우의 목소리가 멎자, 시설 내부는 긴장감 넘치는 비프음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이건호는 더 이상 망설일 틈이 없었다. 그는 민지은과 박진태를 향해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민지은 씨는 생명 신호 분리 작업을, 박진태 씨는 보안 시스템 교란을. 저는 메인 제어 장치로 갑니다.”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함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세 사람은 각자 맡은 임무를 위해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거대한 시설의 차가운 복도가 그들을 삼켰다.
민지은은 이건호에게서 받은 태블릿PC를 들고 보조 제어실로 향했다. 그곳의 컴퓨터들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지만, 보안 시스템이 철저했다. 그녀는 의료 기술과 컴퓨터 지식을 총동원해 가족들의 생명 신호를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위험했다. 그녀는 김진우가 설치해 놓은 보안 코드를 해독하며 땀을 흘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이건호 씨, 제발 무사해야 해요…' 그녀는 가족들의 생명 신호가 연결된 시스템의 주파수를 교란시키고, 그것을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박진태는 이건호가 알려준 경로를 따라 보안 시스템이 밀집한 곳으로 향했다. 그는 이기적인 인물이었지만, 이건호의 굳건한 결의와 민지은의 희생정신을 보며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 “젠장…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거냐고…” 그는 불평을 하면서도, 이건호가 가르쳐준 대로 보안 시스템의 회로를 교란시키고, CCTV를 무력화시켰다. 그는 무장한 사설 경호원들이 자신의 위치로 접근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몸을 숨긴 채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의 행동은 이제 자신만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시설에 갇힌 모든 생존자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건호는 시설의 가장 깊숙한 곳, 메인 제어 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복도 곳곳에는 김진우가 설치해 놓은 자동화된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레이저 센서가 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건호는 지반 공학 지식으로 시설의 구조적 약점을 파악하고, 레이저 센서를 우회하는 경로를 찾아냈다. 그는 낡은 배낭에서 공구 몇 개를 꺼내, 메인 제어 장치에 연결된 회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떨렸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가족을 구하고, 이 모든 비극을 끝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카운트다운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민지은은 마침내 가족들의 생명 신호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박진태는 모든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이건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이건호 씨, 성공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하지만 이건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메인 제어 장치의 핵심 데이터 코드를 분석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프로젝트 오메가'는 단순한 지반 침하가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 전체의 생명 활동을 통제하는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김진우는 지반 침하를 통해 도시를 파괴하고, 그 위에 자신이 통제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때, 메인 제어 장치의 메인 전광판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이건호 박사님, 여기까지 오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멈추려고 하는 것은 단순한 파괴가 아닙니다. 이 기계는 당신이 파괴한 도시를 복구하는 유일한 희망이기도 합니다. 이 기계를 파괴하는 순간… 도시는 영원히 사라질 겁니다."
이건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그는 가족을 구하고, 도시를 지키려 했지만, 그가 파괴하려는 기계가 도시의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역설적인 진실 앞에 놓이게 되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메인 제어 장치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 시설 전체가 흔들렸고,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이건호는 민지은을 데리고 시설 밖으로 탈출했다. 그들의 뒤에서, 거대한 기계 장치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프로젝트 오메가'의 모든 진실이 담긴 데이터 칩이 들려 있었다. 이건호는 이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김진우의 계획을 막아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희망은, 살아있는 가족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