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설계

에피소드 13

by 몽환

김진우의 메시지가 멎자, 정적이 흘렀다. 이건호는 충격으로 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이 도시에 남아있는 수많은 생존자들의 생명 신호까지 '중앙 생명 유지 장치'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이건호는 핏기 없는 얼굴로 철문을 노려보았다. 그는 공학자로서 도시의 안전을 설계하고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사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끔찍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민지은이 이건호의 옆에 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와 함께 깊은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건호 씨,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 시설을 멈추면... 수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의사로서의 사명감은 꺾이지 않았다. 모든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그녀의 외침이 이건호의 귓가를 맴돌았다. 박진태는 이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그의 눈빛에는 이건호의 흔들림을 비난하는 대신, 절박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건호 씨, 저 놈은 당신의 약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목숨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멈추면 그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겁니다. 이 시설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박진태는 이기적인 인물이었지만, 김진우의 거대한 야망 앞에서 그의 이기심은 작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이건호의 손에 매달리는 처지가 되었다.


이건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데이터 칩을 꺼내 들었다. 김진우의 협박에 굴복하는 대신, 그는 공학자로서의 마지막 희망을 걸기로 했다. "김진우는 이 시스템을 완벽하다고 믿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반드시 허점이 있을 겁니다." 이건호는 밤낮없이 '프로젝트 오메가'의 자료와 이 시설의 설계도를 분석했다. 민지은은 의료 지식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가족들의 생명 신호를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위험했다. 그들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하이드로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인 ‘중앙 생명 유지 장치’에 접근해야만 했다. 그곳에 가족들의 생명 신호를 분리할 수 있는 제어 시스템이 있었다.


그때, 이건호의 전파기에서 김진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건호 박사님,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군요. 당신은 저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이제 당신의 가족과 이 도시에 남은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제가 파괴한 도시처럼 조금씩 멈출 겁니다.” 김진우의 목소리가 멎자, 시설 내부에서 긴장감 넘치는 비프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카운트다운이었다. 이건호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이건호는 민지은과 박진태를 향해 말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30분입니다. 민지은 씨는 생명 신호를 분리하는 작업을 맡아주세요. 박진태 씨는 제가 알려주는 경로를 통해 보안 시스템을 교란시켜 주세요. 저는 시설의 메인 제어 장치에 접근하겠습니다. 우리가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이건호는 결연한 표정으로 그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가족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함께, 그들을 구하기 위한 유일한 희망이 담긴 데이터 칩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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